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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예저널=박정용 기자]




     가죽구두

 

                                                                                김정권 



바로 어제, 무의식중에 상근의 오른쪽 구두가 바뀌였다. 그의 구두는 워낙 돼지가죽구두였는데 바뀌운건 윤끼가 빤딱빤딱 나는 물소가죽구두였다. 보매 어제 배달을 갔다가 어느 지체 높은 사람의 구두와 바뀌운게 분명했다. 색상은 두짝 다 검은색이고 디자인과 사이즈가 일맥상통한데서 상근의 덤벙스런 발에 잘못 끼여졌던것이다.  

그는 구두임자에게 제짝을 돌려주려고 어제 갔던 장미별장에 다시 가서 주인에게 구두가 바뀌운 사연을 여쭈었다. 별장주인은 이내 구두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구두를 잘못 신고 간 사람이 되돌려주러 왔다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똥 낀놈이 성 낸다고 그쪽에선 그런 일이 아예 없다고 하면서 기분 나쁘게 다시는 그런 얘기는 일절 꺼내지 말라며 전화를 탁 끊어버리는것이였다.  

상근이는 별 수 없이 바뀌운 구두를 버리기는 아깝고 해서 그대로 신고 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바뀌운 구두는 상근의 구두보다 훨씬 더 고급스런 구두였다. 하지만 왼쪽구두하곤 너무 차원이 달라서 그런지 신으면 발이 어지간이 부자연스러운게 아니였다.  

상근이가 하는 일은 작으마한 슈퍼가게를 세를 맡아 하는 일이였다. 주로는 손님들에게 선자리에서 물건을 파는 일보다 호출 받고 배달 뛰는 일이 더 많았다. 거개는 담배라든가 맥주와 쏘시지같은 먹거리였지만 가끔 가다 녀자들의 생리대같은 이상한 물건을 배달해 달라는 전화도 있었다.  

어제도 어떤 손님이 콘돔 두개를 배달해 달래서 적잖이 놀란 그가 아니였었다. 하다하다 콘돔 배달을 해달란 사람은 처음 보는 일이였다. 그는 처음에는 자기를 놀려먹는 장난전화인줄 알고 망설이다가 재차 정확히 확인을 한 다음에야 물건을 수요하는 사람들이 장미별장의 손님들이라는것을 알수있었다. 별장부근에는 약방이 따로 없다보니 콘돔을 구하려면 미리 준비를 못하고 간 리용자들은 십여리가량의 거리가 잘 되는 상근의 가게에 부탁하여야 하는 실정이였다. 상근이는 어제 호출이 떨어지기 바쁘게 콘돔 두개를 사가지고 사타구니에 불이 일도록 자전거 페달을 돌리며 별장으로 갔었다. 콘돔을 요구한 사람은 이마가 훤히 벗어지고 배가 두둑하게 나온걸 보면 십중팔구는 보통인물이 아니라는것을 알수 있었다. 상근이는 물건을 주고는 땀을 흠뻑 흘린지라 다짜고짜 구들에 올라가 시원한 랭수로 목을 축이는 일이 더 급선무였다.  

“50원이면 되겠지?” 

손님은 바지엉덩이 호주머니에서 돈지갑을 꺼내열더니 50원짜리 한장을 건너주며 상근의 얼굴을 넌지시 살피는듯 했다. 

“이렇게 많이 받아도 되겠습니까?” 

“그대로 가지고 가오.” 

남자는 얼굴도 돌리지 않고 다른 안방으로 들어가는것이였다. 상근이는 이게 웬 떡이냐싶어 발냄새 물씬 풍기는 발에 신발짝을 저벅저벅 껴넣어 질질 끌며 몸을 돌려 부랴부랴 별장을 나섰다. 상근이는 참 재수가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며 저도 몰래 최대한 오므라진 입구멍으로부터 휘바람이 슬슬 나갔다. 그때까지도 상근이는 구두 한짝이 바뀌였다는 사실은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상근의 돼지가죽구두는 그의 발에 신겨진이래 종래로 기름냄새는 물론 구두솔 신세를 지여본 일이라곤 한번도 없었다. 시내 변두리에서 상점을 경영하다보니 화려한 장소엔 근본 갈 일이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어쩌다 시내에 볼 일이 있어 간다 해도 신발짝같은건 젖은걸레로 대충 문지르는게 고작이였었다. 하지만 물소가죽구두로 바뀐다음부터는 물걸레질로만 하는건 어딘가 물소조상님에게 크게 미안한 일이였다. 해서 그는 오른쪽구두를 닦다보니 왼쪽구두도 그대로 내버려 둘수는 없었다. 그 바람에 잠깐 덕을 보며 때벗이를 하는건 돼지가죽구두였다. 원님 덕에 나발 부는 격이였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닦아도 물소가죽구두와 돼지가죽구두는 그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물소가죽구두는 기름을 바르고 솔이 몇번만 왔다갔다 해도 윤끼가 눈이 부실 지경인데 돼지가죽구두는 중이 손이 렴주를 문대듯 아무리 줴문대여도 비 온날 개구쟁이들의 발에 채워진 돼지오줌깨나 진배없었다. 그런대로 상근이는 짝 다른 구두를 신고 분주히 돌아쳤다.  그러던 어느 때부턴가 상근의 몸에서는 이상한 증세가 생기기 시작하는것이였다. 오른쪽 다리로부터 신기한 기운같은것이 쭉 - 올라오면서 다리가 한결 가벼워지는가싶더니 오른손이 쫙 펴지고 어깨가 거뜬히 올라가는가 하면 반대로 왼쪽다리는 찜통에 쪄낸 방게다리처럼 늘 우거져있었고 왼쪽어깨에 붙은 팔은 서리 맞은 옥수수잎처럼 길게 늘어져있는것이였다. 그러니만큼 자연히 돼지가죽구두가 보기에도 민망스워 지는것이였다.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서 가장 중요한 대뇌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있었다. 우뇌와 좌뇌가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투덜거리니 그 중심에 있는 전두엽마저도 우왕좌왕하고 있는 판국이였다.  

일이 이쯤 되니 상근이는 구두가 바뀐 후로 자신도 모르게 물소가죽구두를 너무 편애한것 같아서 그들 구두짝을 조화를 시켜보려는 양으로 우선 돼지가죽구두의 투정부터 들어주기로 작심하고 잔뜩 우거지상이 된 돼지가죽구두에게 넌지시 한마디 내던지였다. 

“너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아서 주둥이가 돼지발이 들어간 개구시 돼가지고 그렇게 야단을 치는거냐?” 

“그럼 주인님 발도 돼지발이란 말씀입니까?” 

“아니! 이놈이 감히! 나를 알긴 뭐로 아는거냐? 엉?” 

“내게 들어온건 주임님 발밖에 따로 없는데 그것을 돼지발이라면 주인님 발이야말로 돼지발이 아니구 뭐란 말씀입니까?” 

“엉? 내가 말실수를 했는가...그건 그렇다 치고 너는 대체 무슨 일로 그러느냐? 어디 말 좀 해 보거라.” 

그러자 돼지가죽구두는 입을 잔뜩 비쭉거리면서 억울함을 하소연하는것이였다. 

“너무 억울해서 그럽니다.” 

“뭐가 억울하다는거냐?” 

“사실은 저 물소배가죽이 온 다음부터 주인님의 마음이 변했다는겁니다.”  

“뭐가 어떻게 변했다는거냐?” 

“나를 무시하구 저것만 좋아하니까 말이지요.” 

틀리는 말은 아니였다. 확실히 차별을 한것만 사실이였다. 

“그리고...” 

돼지가죽구두는 이때라고 자신이 수모를 받은 억울함을 절절히 호소하기에 바빠 맞았다. 

“저놈이 걸을 때면 나를 자꾸 차놓고 벗어놓으면 내 꼭두에서 나를 깔고 앉아있는걸 주인님은 빤히 알고있으면서 왜 못본척 하는겁니까? 그리고 또 좋은 일이 있거나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저놈이 먼저 앞서 나가는건 응당하고 나쁘거나 더러운 일이 있으면 그럴 때는 왜 소경의 헛 막대처럼 나를 먼저 들이미는겁니까? 어디 그뿐입니까? 밖에서 오줌을 눌 때도 그렇지. 저놈에게는 오줌방울이 튕길세라 오른쪽 다리를 지나가던 수캐처럼 건뜩 쳐들구 싸지 않습니까? 그러니깐 오줌방울이 전부 다 나한테만 튕기는게 아니겠습니까? 나는 뭐 똥 진 오소립니까? 진흙탕에 들어가는건 워낙에 돼지나 물소나 다 한가지였는데...”  

“오. 그런 일이였더냐? 그건 내가 좀 그렇긴 했지. 인정 하마. 하지만 그건 나두 모르게 그렇게 된게다. 그럼 이번에는 물소가죽구두가 말 해보거라. 너는 별 다른 의견이 없겠지?" 하자 물소가죽구두는 윤택이 번들번들한 턱을 한결 더 번뜩이며 입술을 쭉 세우고 말하는것이였다. 

“사람은 팔자가 있고 자기 복이 따로 있는것처럼 우리 신발짝에게도 분수라는게 있는겁니다. 방금은 저 돼지엉뎅이가 제쪽에서 억울하다고 말을 개밸같이 잔뜩 기다랗게 늘여놓았지만 실제로 재수 없는건 바로 저인것입니다.” 

“네가 왜 재수가 없다는거냐?” 

“저는 원래 주인을 만났을 때는 근본 차원이 맞지 않는 곳에는 가 본 일이라곤 없었습니다. 특히 재래식 공용변소에는 한번도 가본 일이라곤 없었습니다. 그런데 주인이 바뀌우자 이게 뭡니까? 흙길이구 도랑길이구 막 나가는건 그렇다 치고 공용변소에 가서 거의 20분동안씩이나 구린내를 맡아야 하는건 정말 못참겠다는 말입니다. 그런 냄새는 저 돼지가죽이나 맡는게지 나한테는 근본상 어울리지 않는다는겁니다.” 

“그럼 너한테는 뭐가 어울린다는거냐?” 

“그건 두말 할것도 없이 판공실이나 고급차 안이 아니면 별장이나 호텔이지 지금처럼 먼지가 풀썩풀썩 나는 너절한 농촌집 바당구석이 아니라는것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주인님도 체신에 맞게 저를 잘 리용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네말이 무슨 말인지를 알아듣겠다. 앞으로 나두 좀 더 주의는 하겠지만 너희 둘도 의견소통이 잘 되여 내 발을 잘 모시거라. 알아들었냐?”  

구두짝들은 그제야 조금 속에 맺혔던 매듭이 풀리는듯 했으나 그렇다고 속의 응어리가 죄다 녹아내린건 아니였다. 하지만 가재는 게편이라고 같은 족속이라는데서는 서로 옴니암니 다투다가도 관건적인 시각에는 제법 잘 어울리기도 하였다.  

하루를 수고스레 제 몸의 열기를 대지에 다 뿌려준 해가 서산마루에 붉은 노을을 남겨놓고 얼굴을 감춰버리자 하늘에서는 이른 별들이 마치 사랑을 구걸하는 개똥벌레같이 반짝이이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구두짝들은 상근의 발에 이끌려 아파트층계며 단층집 진흙길을 가차 없이 뛰며 걷고 있었다. 그러다 달이 반공중에 떠서 구름과 숨박꼭질을 할 때에야 구두짝들은 땀내에 범벅 되여 구린내 나는 주인의 발을 비로소 뽑아낼 수 있었다. 구들 한 구석에다 지친 몸을 아무렇게나 팽개친 상근이의 코구멍에서는 벌써 오토바이발동기가 작동하기 시작하였다. 구두짝들은 이때에야 자기들만의 시간을 가질수 있어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깐 너는 볼 것 다 봤단 말이지?” 

이때에도 먼저 궁금해나면서 화제를 떼는건 돼지가죽구두였다. 사실 돼지가죽구두는 물소가죽구두의 지나온 경력이 사뭇 알고싶었던것이다. 그래서 낮에 주인이 자기네를 벗어놓고 점심 먹을 때에도 물소가죽구두의 경력이 궁금하여 슬쩍 물어봤으나 물소가죽구두는 그것이 큰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지나온 경과를 한마디도 알려주지 않았다.  

“도대체 너는 어떤 곳에 많이 가서 놀았다는거냐?” 

“넌 말해도 모른다!” 

물소가죽구두는 량반 집 마당쇠가 쌍놈아이를 대하듯 퉁명스럽게 잘라버리는것이였다. 그에 더욱 궁금해지는 돼지가죽구두는 잔뜩 일그러진 주둥이를 삐쭉이며 왈, 

“야, 그잘난거 말해 달란데 그렇게 비싸게 노냐? 야, 임마! 넌 아직도 먼저 주인 행세를 하자고 드는게 아니야? 그렇다면 꿈을 깨라! 지금은 너나 내나 다 같은 립장이다. 임마!” 

하긴 틀리는 말은 아니였다. 운명이 엇바뀐 신세에 분수에 넘치는 폼을 내기엔 이미 행차뒤 나발임을 모르는 물소가죽구두가 아니였다.  

“정 알고 싶으면 내가 말해 줄테니 너 절대 다른데 가서 말하면 안된다?” 

그러자 돼지가둑구두가 다시 왈, 

“그건 절대 근심 말라! 내 입이 이래 봐두 쇠파이프다.” 

“나의 원주인이 말이야...” 

물소가죽구두는 말을 떼놓고 사위를 휘둘러보면서 누가 엿듣기라도 할까봐 저어하는듯 하였다. 돼지가죽구두는 그러니 더구나 귀가 솔깃해지면서 숨을 죽이였다. 

“나의 주인이 말이야... 그런데 너 절대 말하지 말라.” 

“야! 근심 말란데.” 

“나의 주인이 있재니...절대 말하지 말라.” 

“야! 이거 미치겠다. 걱정 말란데두 왜 이러니? 엉” 

“나의 주인이 응?...” 

“응. 뭐이야?” 

“바람둥이다!” 

돼지가죽구두는 그 말에 크게 실망한 나머지 얼굴에 흙빛을 더하며 소리치였다. 

“야! 임마, 지금 바람 안 피우는 남자들이 어디 있냐? 먹구 살기 바쁜 우리 주인이나 바람이 뭐 먹는겐지 쓰는겐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주인이 쓰는 바람은 그런 일반 바람이 아니란 말이다.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는 말이다.” 

“차원이 다르면 어떻게 다르단 말이야?” 

“말짱 처녀들과만 쓴다는게다. 그것도 ‘高价’(높은 값)로 말이다.” 

“너 주인이 대단한 부자인 모양이구나?” 

“아니! 급이 높으니까 알부자 부럽지 않지.” 

“돈이 많은 모양이구나?” 

“돈이 없으면 밖에 도둑아이를 둘수 있냐?” 

“뭐야? 밖에 도둑아이도 있다구? 그래 그집 녀편네는 그런걸 모르구 사는가?” 

“알아도 모르는 것처럼 할뿐이지. 그걸 갖구 떠들어봤자 돈 덩지만 날아날 판이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게 있냐? 일단은 슬쩍 눈을 감구 하회를 지켜보면서 돈만 빼낸다는 전술이겠지.” 

“그러니깐 사람으로 산다는 것두 별 재미는 없겠구나. 부부간에도 안속이 따로 있으니 말이야.” 

“사람이라는건 그저 있어두 더 가지지 못해 애를 빠닥빠닥 쓰는 욕망으로 만들어진 물건들인것 같아. 그러니 옷이란걸 만들어 입구 거기다 주머니까지 잔뜩 달고 다니쟀쿠 뭐이야?” 

“그런것 같애. 그리구 인간들은 어쩌라구 쩍 하면 남자 녀자 마주 붙기를 그리 좋아한다냐?” 

“인간들은 그 면에서 우리 동물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 같은 동물들은 새끼를 보기 위해서 배란기에만 교미를 한다지만 인간들은 시도 때도 없이 그 놀음을 한단 말이야. 오죽하면 인간 3욕에 성욕이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다 하겠냐?” 

“그게 그리 좋은가?” 

“그게 최고의 쾌락이란다.” 

“모를 소리다. 그게 아무리 좋으니 옥수수가루 먹는 것만 더 좋겠냐?” 

“너는 한다는 소리가 그저 먹을 소리밖에 없냐?” 

구두짝들은 밤 가는줄도 모르고 날이 샐 때까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실은 상근이도 한 둬시간 눈을 붙이고 잤을 뿐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이 생각 저 생각에 설치고 있었던것이다.  

운명의 장난이라 할가. 세월의 무정함이라 할가. 상근이는 여직 마흔살을 다 먹도록 녀자 가까이에 한번도 가본 일이 없었다. 집이 째지게 가난한데다 인물 체격 또한 볼데라곤 한곳도 없는 각주구겅한 사람이다보니 녀자들의 환심을 사기에는 백번도 글러먹은 현시대의 철두철미한 “이성소외족”이였다. 세상이 많이 좋아져서 장가는 못가도 안마방이나 다방 같은데 가면 녀자들의 맛은 얼마든지 볼수 있었지만 상근이는 고놈의 돈 때문에 안마방출입은 한번도 하지 못한 실정이였다. 그의 말마따나 이 세상에 왜 생겨났으며 왜 사는지도 모를 일이였다. 그처럼 허무하고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할 때에는 정말이지 하느님으로부터 부모에까지 모두 다 원망스러워날 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얄미워나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그는 세상이 자기하고는 등을 돌려도 자기만이 부지런히 살면 입에 거미줄이 치지 않는것만이라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는걸로 자아만족도 여러번 해보았다. 그런데 다른건 다 참을수 있어도 고놈의 남자로서의 정욕은 도저히 참아낼수 없었다. 이성의 욕망은 그에게 있어서 가장 큰 곤혹이였다. 어쩌면 세상이 자기에게 주는 학대라고도 생각하였다. 그는 자신이 돼지와 개보다도 못한 존재라고 여기기까지 하였다. 동물들은 계급이 따로 없고 부와 빈이 따로 없이 스스로의 생리욕구를 스스럼 없이 나누고 후손들을 마음껏 번식하며 사는데 인간은 왜 모든것이 금전에만 귀결되고 오로지 있는 자들에게만 세상이 꽃밭이라고 생각하니 자신이 더욱 초로해지는것이였다.  

사실 상근이는 죽어봐 죽겠냐 하며 안마방란 곳에 둬번쯤은 가본 일이 있었다. 제일 처음 간것은 3년전이였는데 백원이면 된다해서 가봤더니 값이 올라150원이라고 하기에 그 50원이 아까워 되돌아 나왔었다. 그러다 지난해 다시 가봤는데 또 50원이 올라 200원이라 해서 그는 또 다시 멋대가리 없이 돌아섰던것이다. 잉여가치의 리치였다. 그렇게 그의 이성의 욕망은 돈이라는 문턱에서 허물어지고 박살이 나고 만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욕망을 쉽게 포기할수는 없었다. 그는 아무 때든 그 불같은 욕망을 기필코 실현해보리라 윽벼르고 있었다. 까짓것, 밥을 한 사흘 굶으면 어쩌고 하면서,.. 완강했다.  

이튼날은 마침 일요일이였다. 상근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구두부터 닦았다. 국제호텔에서 6촌조카의 결혼식이 있기에 그는 꼭 참석해야만 했다. 부조는 요새 올라서 타남들도 200원씩 한다지만 상근이는 그렇다고 200원 이상 할수 없다고 생각했다. 도리대로라면 친척이니깐 치마 300내지 400은 해야겠지만 그의 처지로 놓고 볼 때 200원도 아름찬 돈이였다. 황차 자신은 녀자의 언저리에도 못 가봤는데 조카 녀석은 새파랗게 젊은 놈이 장가 간다하니 자존심이 깍이는것도 없지 않았다.  

국제호텔은 잔치집 손님들로 들끓었다. 친척중에서 별로 존재가치도 없는 상근이다보니 그는 친척들과 대충 인사나 하고 한쪽켠에 죽은듯이 구겨져있었다. 그는 앉아서 방금전 축의금을 내는 빨간 명세장을 떠올리였다. 친척들은 모두 500원 이상이였다. 맨 아래 상근의 이름줄에 200원이란 수자가 빈약하게 씌여졌다. 다른 친척들 보기가 어색해났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 200원이면 녀자하고 한번 놀수 있는데 하는 불순한 생각이 불쑥 갈마드는게 이상했다.  

결혼식이 시작되자 신랑신부가 입장하였다. 상근이는 그때따라 조카녀석이 한결 부러워나는것이였다. 자식, 오늘 밤은 새파란 녀자하고 실컷 놀겠지. 좋겠다!  

결혼식이 끝나 음식이 들어왔다. 상근이는 술과 안주를 만포식하였다. 어쩌면 이날을 고대 기다리기나 한것처럼 말이다. 상근의 입은 난생 처음 호강을 하고 위장은 이게 웬 일이냐싶어 무척 놀라 하는것 같았다. 상근이는 두둑한 배를 내밀고 소변이 급해 화장실로 들어가기 바쁘게 바지띠를 풀어내고 시원히 내용물을 털어냈다. 어쩌면 먹는 즐거움도 즐거움이려거니와 배설하는 쾌감도 그에 못지 않았다. 그는 오른손 식지와 중지에 거시기를 끼워넣고 툭툭 털어 마지막 오줌방울을 날려보내였다. 그런데 손가락사이에 끼워진 거시기가 불현듯 굵어지면서 당근같이 땅땅해나기에 그는 급히 바지띠를 죄여맨다음 화장실에서 복도로 나와 버렸다.  

이때 한 중년남자가 뒤에 새파란 녀자애를 달고 마주오고있었다. 상근이는 본능적으로 눈길을 돌려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꼭 어디에서 본듯한 얼굴이였다. 남자와 녀자애는 상근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치는것이였다. 상근이는 잠시 어디서 봤던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남자와 녀자애는 웃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웃층은 아마 객실일것이라고 상근이는 짐작하고 있었다. 아, 그 사람! 순간 스치는 생각에 상근이는 용케도 그 사람을 기억해냈다. 그 사람이 옳았다. 장미별장에서 콘돔을 주문하던 남자였다. 다시 말하면 물소가죽구두 임자였다. 남자와 녀자애는 벌써 웃층에 올라가서 보이지 않았다. 상근이의 발에 신겨진 물소가죽구두가 재빨리 움직이며 층계를 오르기 시작하였다. 객실복도는 자지색 주단을 깔고 있어 발작소리라곤 전혀 들리지 않았다. 상근이는 방의 번호를 주시하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방은 문들이 다 닫혀있었다. 보매 한낮이여서 그런지 손님들이 아직 없는듯 하였다. 상근이는 막무가내로 아무 방문이나 두드릴수 없어 살랑살랑 걸어서 더 앞으로 나갔다. 그가 방 몇칸을 지나서 보니 출입문 하나가 빠금히 열려있었다. 십중팔구는 구두임자라고 상근이는 추리하고 있었다. 그는 일단은 문 가까이 다다가 보았다. 다음 순간 상근의 눈이 화등잔같이 휘둥그래지고 말았다. 남자가 녀자애를 끌어안고 옷을 벗기고 있었다. 녀자애는 그 어떤 반항도 없이 순순히 오동통한 몸을 맞기는듯 했다. 오히려 상근의 입에서 더 거친 숨소리가 뿜어져 나오고있었다.  

“누기야?” 

구두임자는 문을 벌컥 열고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당신 누구여?” 

“저 전번에 구두가 바뀌지 않았습니까?” 

“뭐… 뭐요? 구두?” 

“예. 장미별장에서 내가 심부름 갔다가 구두를 잘못 신고 나와서 돌려드리려고...” 

“그 구두는 언녕 버렸으니까 시끄럽게 굴지 말구 가보라이! 별걸 다 가지구 . 재수없이...”  

남자는 행주를 뒤집어 쓴듯한 얼굴로 소리를 지르면서 문을 탕! 닫아버리였다. 상근이는 괜한 일에 문제를 삼아 경비를 부를것 같아 다급히 호텔을 빠져나왔다.  

돼지가죽구두는 물소가죽구두에 이끌려 상근이의 휘청거리는 몸뚱이를 연길 동쪽 유흥거리에 끌어다 세워놓았다. 상근의 오른손은 웃옷 안주머니에 있는 전화번호책을 끄집어내였다. 아까 잔치부조를 할 때에도 꺼내여 첫폐지 안 비닐속에 네벌로 접은 백원짜리 두장을 했던것이다. 이제 남은건 겨우 백원짜리 두장뿐이다. 상근이는 그 두장을 매만지면서 넌지시 건너편 안마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마방문우에서는 비키니차림에 쭉쭉빵빵한 녀자가 해뜩 번저져서 웃고 있었다. 물소가죽구두는 벌써 거침없이 그쪽으로 한발 나서고있었다. 하지만 돼지가죽구두는 뒤에서 아주 못 마땅한 듯이 상근의 왼쪽다리를 물고 늘어졌다. 상근의 전두엽은 또다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안마방으로 갈것인가? 집으로 갈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였다. 구두들은 상근의 몸체를 떠이고 앵코놀이 하듯 실랑이를 하였다. 마치 물소와 돼지가 량쪽에 앉아 저울질을 하는것 같기도 하였다. 상근의 머리속은 수세미 몇개가 들어박힌듯 복잡해서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그러나 결국 상근의 전두엽은 물소가죽구두의 의향을 따르기로 결론을 지었다. 돼지가죽구두는 의견이 돼지털만큼 솟아올라도 상근의 결론에 반기를 들수는 없어서 잔뜩 쭈그러진 얼굴로 불평을 토하며 끌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혼자말로 툴툴거리였다. 

(자리를 보고 다리를 펴랬다고 개뿔도 없는 주제에 녀자 비위를 내긴...그렇다고 ‘흙조지’ ‘금조지’나 되는감?) 

안마방은 어둑시그레 했다. 상근이는 구두를 벗고 한족아가씨의 안내하에 단칸방으로 들어갔다. 한때 연길안마방에 쭉 널렸던 조선족아가씨들은 언녕 종적을 감추었다는 얘기는 그도 사람들 어깨 너머로 들어서 이미 알고 있는터였다. 아가씨는 뭘 하겠는가고 물었다. 상근이는 말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상근이가 망설이는 기미를 보이자 아가씨가 선뜻 설명을 하는것이였다.  

“做特服吗!(특별복무를 받겠느냐?)” 

“特服是什么?(특별복무가 어떤것인지?)” 

아가씨는 허구프게 웃으면서 특수복무의 함의에 대해 손가락으로 행동까지 해가며 소상히 알려주었다. 상근이는 그것을 특수복무라고 하는건 진짜 몰랐었다. 하긴 상근이가 안마방으로 들어온 목적은 '그것'이였다. 아가씨는 특수복무는 돈을 먼저 내야 한다는것이였다. 상근이는 돈 200원을 주었다. 상근의 손에서 200원이 빠져갈 때 그의 손은 바람에 흔들리는 마른 떡갈나무 잎처럼 떨리는듯 하였다. 아가씨는 냉큼 돈을 빼가지고 나가더니 카운터에 맞긴 다음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들어와서는 이내 옷을 훌훌 벗어버렸다. 브래지어와 팬티까지 벗는 시간이 불과 3초도 걸리지 않았다.  

“ 快脱吧!(빨리 옷을 벗어라!)” 

그때까지 꿔온 보리자루처럼 멍해 있는 상근이를 보고 아가씨의 입에서 째져나오는 소리였다. 상근이도 부랴부랴 옷을 벗어내쳤다. 상근의 거시기는 바지를 벗기전에 벌써 하늘을 치솟고있었다. 아가씨는 알몸뚱이로 침대에 벌렁 누워 상근의 거시기를 잡아 자기의 사타구니에 부벼넣었다. 상근이는 피가 막 거꾸로 흐르는 듯하였다... 

구두는 다른 아가씨의 손에 들리여 신발장에 나란히 들어가 앉았다. 둘은 신발장 안에서도 서로 옥신각신하였다. 또 먼저 불평을 토해내는 쪽은 돼지가죽구두였다.  

“너 정신이 있냐? 왜 우리 주인을 이런데로 끌고오냐?” 

“이런데가 뭐 어째서? 남자로 생겼으면 이런 곳도 드나들어야 사는 보람이 있지. 만날 발바닥이 부르트게 배달만 다니다가 인생을 다 흘러 보내겠냐?” 

“뭐? 인생 같은 소리를 하구 자빠졌네. 이런데 나들이 하는 사람이 따로 있지 우리 주인에게는 어디 가당키나 하냐?” 

“야, 임마! 까짓것 한 두번 온다구 하늘이 무너진다더냐? 인생은 새옹지마라구 앞일은 아무도 모르는게다.” 

“나도 모르겠다. 이제 무슨 일이 생기면 네가 전적으로 다 책임져라!” 

“구데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근다더냐? 임마! 주인이 어쩌다 남자구실을 한번 해보겠다는데 열정적으로 ‘화이팅!’을 부르는게 아이라 되는 호박에 손가락질은 왜 하냐? 손가락질 하긴?” 

재수없는 놈은 소털을 만져도 소버짐에 걸린다더니 상근의 거시기가 아가씨의 ‘살집’에서 ‘몸’을 한참 풀까 말까 하는데 난데없던 경찰이 들이닥치는 통에 상근이는 꼼짝 못하고 걸려들고 말았다. 말 그대로 고추가루 팔러 가는 날이 바람질 하는 날이였다.  

사실 상근이가 간 안마방은 관할 파출소의 눈에 나있은 상태였다. 관례대로라면 유흥업을 시작하면 우선 파출소일원부터 한턱 단단히 내여 코밑치성을 해야 하는데 그 안마방은 그 방면에서 너무 소홀했던것이다. 그같은 시점에서 가뜩이나 단단히 벼르고 있던 차에 의도적인 경찰들의 검사에 재수가 발바닥에 붙은 상근이는 독 안에 들어간 쥐마냥 어쩔수 없이 딱 걸려들었다. 경찰들은 상근이가 안마방으로 들어가는것을 한쪽구석에서 면밀히 주시하고 정확히 옷 벗는 시간을 꼼꼼히 따진 다음에야 쏜살같이 습격했던것이다.  

상근이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여윈소마냥 경찰에 끌려 파출소로 갔다. 파출소안의 서슬 푸른 분위기에 상근이는 벌써 쪽제비를 만난 수탁처럼 기가 죽어있었다. 이따금 젊은 경찰들에게 개처럼 취급을 당하며 취조를 받았고 결국엔 매음죄로 벌금 5000을 내야 했다. 상근이는 너무나도 억울했다. 그래서 말이 사촌보다 났겠지 하고 잘 되지 않는 중국말로 나름대로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상근의 떠듬거리는 말을 그대로 종합하여 정리한다면 그는 아가씨에게 거시기를 넣긴 넣은건은 사실인데 사정은 하지 못했다는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완전한 성관계라고 볼수 없지 않겠느냐는것이였다. 그러니 벌금을 절반값만 내게 해달라는 주장이였다. 하지만 법은 이미 거시기를 삽입시키는 그 즉시로 성관계에 해당되는것이란다. 상근이는 거시기를 삽입시킨것도 자기가 아니고 아가씨라고 말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남자가 야속스런 시각이였다. 법은 그렇게 남자에 무정하였다.  

그쯤이면 몰라도 설상가상으로 림질에까지 걸리는 통에 치료하는라고 또 5000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그는 이제 가게를 응용할 밑천마저도 모두 녀자의 ‘옥문’에 밀어넣어버리고 말았던것이다.  

하늘은 개울가에 널어놓은 늙은홀애비의 사르마대(팬티)를 뒤집어 쓴듯 잔뜩 우거지상을 하고있었다. 상근이는 그런 하늘에 대고 걸쭉한 침을 탁 올리 뱉었다. 그리고 오른쪽 다리를 허공에 대고 활! 차서 신발을 날려보냈다. 물소가죽구두는 돼지똥물이 섞여 흐르는 도랑창에 창! 하고 떨어졌다. 그는 다시 왼쪽다리를 들어 더욱 높이 찼다. 돼지가죽구두는 허공에서 몇번 고패치기를 하다가 동네 왕가네 돼지우리에 들어가 떨어지였다. 울안에서 돼지들이 꽤-액!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연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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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3-02 10: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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