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용 기자
[한국 문예저널=박정용 기자]
3월의 편지
김정권
3월입니다
바람이 붑니다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라면
그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바람
한움큼을 잡아 아담의 가슴에 덮혀서
그대에게 보냅니다
눈꽃이 핍니다
아직은 꽃이 피지 않는 계절이라면
솔잎에 앉은 눈꽃을 바로 떼여내여
봄의 손으로 백합 한묶음 빚어서
그대에게 보냅니다
새가 웁니다
아직은 노고지리 노래가 아니라면
꽃나무에 새가 앉아 우는 병풍 앞에서
옹알이를 하는 아기의 입 안에 굴려서
그대에게 보냅니다
해가 뜹니다
아직은 설익은 해빛이라면
유리창 안으로 끌어들여 놓았다가
미소 머금는 모나리자의 눈동자에 담아서
그대에게 보냅니다
하얀 옷고름
김정권
옥빛 꿈 동여
어머니 가슴에서 휘날릴제
결 고운 눈발이였다
올곧은 사랑 고이 접어
가슴에 얹어두면
님의 숨결 붉게 익어
느닷없이 달궈지는 얼굴
그 얼굴 고름으로 가리였다는
청샛골 새악시
사과배 꽃밭속에
하롱하롱 꽃잎 내리면
흰구름 먼저 꽃인양 고름에 스치고
억새밭속에
살랑살랑 바람이 일면
해살이 먼저 고름끝 잡아
샛빛 감고
첫날밤이 아니고선
절대로 남자의 손끝같은 건
기다리지 않는 올곧음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이슬 맑은 물방울에
푸른 하늘 얹어놓고
햇살 눈부시게 날려라
그것이 고전적인 삶만이 아니라도
우리의 오래된 녀인의 옷고름인양
우리의 강산에서
우리의 가슴에서
깃발되여 펄펄 날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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