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용 기자
비의 저항
박정용
앙상해진 어깨뼈 툭 치는 비가 내린다
마른잎 한장 없는 느티나무 밑을 지날 때도
날 선 비가 사선을 긋는다
젖은 길 위
생각이 질퍽하게 누웠다
튀어나온 뾰류지 같은 곳에도 착석을 한다
창으로 미끌어진 비는 소녀의 낭만이 되었다
끄집어낸 부끄러움은 밑그림이 되고
미끄러진 물방울하나 도랑을 유혹한다
스며드는 아래쪽 저항의 강한 밀도
이 계절만은 깨끗하게 살고 싶어
세탁중이라는 간판을 걸어둔다
파랗게 독기 오를 그날까지 못 기다린 비 하나
골 깊은 심장 속으로 차가운 길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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