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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예저널=박정용 기자]



<신판 놀부전>



                                                                                    시나리오 원작    박정용



놀부같이 고집세고 생뚱맞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대구땅으로 온지는 벌써 삼십년하고도 삼년이 지났다.안티고향은 합천 삼가근처라는 소문도 있지만 누구도 잘 모른다. 대구사람들은 그들이 그 옛날 전래이야기에 나오는 그 유명한 놀부 형제 후손이라는것을 아직도 잘 모르고 살고 있다. 흥부는 서문시장 근처에 살고 있고 놀부는 동성로 인근에 터잡고 산다.

그때 이야기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심술궂고 욕심 많은 놀부가 박을 타서 쫄딱 망한 후 할 수 없이 체면을 구기면서 동생 흥부를 찾아간다. 형님의 처지를 무척이나 가엽게 생각한 결 고운 흥부는 그때에도 형제의 우애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놀부에게 돌반지로 받은 24k를 몽땅 주어 근심걱정 없이 살게 하였다. 

그러던 중 놀부는 한가지 소원이 있었는데 그 소원은 다름이 아니라 미국에 있는 레이니어산에 한번 오르는것이였다. 욕심만큼이나 높이 오르는것을 좋아하는 놀부인지라 소원도그만큼 걸맞게 높았다.

형님의 소원이 그렇다하니 흥부는 그 즉시 드론과 식량을 장만한 다음 몸소 형님과 동반하여 일년하고도 한달은 족히 걸려서 레이니어산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그때 일평생 딱 한 번 놀부 부인이 놀부 몰래 14k 실반지 하나를 흥부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들 형제 부부가 레이니어산 중턱까지 오르다가 그만 눈사태에 파묻혀 죽고 말았던 것이다.

죽어서 놀부와 흥부는 저승사자앞에 섰다.

너희들 죄값은 치루어야 하니 따라오너라.

마음씨 좋은 흥부가 저승사자뒤를 따르고 뱁새 눈을 한 놀부는 흥부 뒤꽁무니를 졸졸

따른다. 

이윽고 저승사자가 선다.

왼쪽엔 똥물탕에 고개만 달랑 내어놓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죄인이 있고 오른쪽엔 천도가 넘는 벌겋게 타오르는 용광로에서 오징어 불에 굽는듯 뒤틀고 있는 죄인이 있는데 저승사자는 물었다.

스스로의 죄를 생각해서 너희들이 결정해서 들어가라 한다. 이때 흥부는 저 용광로에 타는

오징어 신세를 형님께 드릴 수 없어 스스로 타오르는 용광로에 들어가자 놀부는 자연스럽게

똥물탕으로 들어간다. 그 순간 저승사자는 명한다.

"오분간 휴식끝 십년간 잠수! 십년간 점화끝!

놀부는 똥물탕에서 십년을, 흥부는 불 없는 용광로에서 십년을 살다가 나왔다. 다시 저승사자뒤를 둘이 따른다 . 이번엔 왼쪽에 설탕을 녹인 꿀물탕과 오른쪽엔 썩은 시궁창똥물탕이 있었다. 다시 물었다. 아까는 흥부가 먼저 선택했으니 이번에는 공평하게 놀부에게 먼저

선택권을 주겠다. 

앗사가오리! 

놀부는 흥부의 처지는 일도 생각지 않고 단박에 꿀물탕을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당연히 놀부는 꿀물탕으로 흥부는 시궁창 똥물탕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저승사자가 명령을 한다. 

둘이는 밖으로 나와 아주 가까이 서도록 하라. 그리고 서로 상대방 몸을 핧아 주도록 하라. 그리하여 흥부는 꿀물을 놀부는 시궁창똥물을 몸에 묻은것이 다 없어질때까지 핧아 먹었다.

  

그로부터 오백년 후인 지구온난화로 눈녹은 어느날 우연히 외국의 산악인에 의해 발견되어 재수 좋게도 그들은 다시 소생하게 되였다.

  

놀부는 흥부를 데리고 부산과 대구의 그 어름(경계를 구분하는 구역)의 따로 터잡고 살았다. 개가 똥 먹는 버릇은 못 고치고 고양이가 생선 훔치는 버릇 못 고친다고 놀부는 흥부가 여행에서 놀부 아내가 몰래준 14k반지를 창고 점고시간에 걸려 행방을 캐물은 결과 흥부에게 주었다는 자백을 받고 흥부집 금은붙이를 모조리 빼앗아내고는 고래등같은 신식 기와집을 덩그렇게 짓고 살았다.  

놀부의 심보는 더욱 사나워져서 흥부를 사랑채에 들게 한다음 어김없이 세를 받다가 나중엔 아예 밖으로 쫓아내고 다른 사람에게 더 높은값으로 세를 주어 동생은 굶어죽든 얼어죽든 상관 않고 동네 개만도 못하게 여기면서도 자기는 아주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동네방네 다니면서 흥부흉과 욕만 하고 다녔다. 그런일이 일상이었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형님에게 버림을 받은 흥부는 그런 형님의 처사가 못내 납득이 안 갔지만 납덩이 들어 박힌것 같은 속만 끙끙 앓았을뿐 달리 어쩌는 수가 없었다. 그러는 흥부의 어진 마음을 꿰뚫어나 본듯이 놀부 심보는 날마다 고약해져만 갔다. 


그 옛날의 놀부의 심보를 거듭 말할라치면,  

되는 호박에 말뚝 박기. 감아놓은 논두렁에 구멍 내기. 패는 벼이삭목 자르기. 밥짓는 솥에 재 뿌리기. 남의 논에 물 빼기. 우물 옆에 똥 싸기. 늙은 영감 덜미 잡기. 죄 없는 사람 뺨 치기. 갓난 아이에게 똥 먹이기. 우는 아이 볼기짝 걷어차기. 애 낳는 집에서 개& 닭 잡기. 불 장난에 부채질 하기. 초상집에 가서 춤추기였다면 오백년 후에는 그 차원이 한층 더 격상되였은즉 

이를테면, 

빈민들의 재물을 갈취하기. 서민들의 돈을 고리대 놓기. 제동생 뼈돈 밝아먹기. 남의 논밭 헐값으로 뺏아오기. 남의 집 등기를 자기 등기로 만들기. 남의 소를 제집 외양간에 밀어넣기. 장마철 물난리에 물건 훔치기. 첫돌 생일에 가서 코풀기. 남의 결혼식장에 가서 방귀 뀌기. 어르신들 추도식장에서 핸드폰 치기. 술좌석에서 고급 담배를 청해 주머니에 넣기. 남의 고급승용차바퀴에 대못 박기. 개찰구에서 쐐기 치기. 공중화장실에서 일 보는 사람 끌어내기.수영장에서 오줌싸기. 노름판에서 도둑질 하기. 남의 혼사에 자식 낳으면 자기 성을 따르라 하기. 남의 집 귀한 딸 홀리기. 유부녀를 꼬시여 그 가정 파괴 하기...  

그 외에도 세상에서 나쁜 일이란 나쁜 일은 그 종종별별 형형색색 대소불문 천차만별 부지기수인데 눈이 더럽고 코가 역겹고 입이 쓰겁고 지면이 더러워질까봐서 더 내려가지 않고 여기서 잠깐 멈추기로 한다.  

예나 지금이나 있는 집에 신발이 더 쌓인다고 놀부나 흥부나 나이는 오백살을 더 먹었다지만 아직은 정력엔 아무런 장애가 없는지라 아내를 맞아들일건뻔할 ‘뻔’자 당연이치 자연섭리였다. 남자의 정자는 저기온에서 더욱 강해진다고  했듯이, 그래서 그런지 그들 형제의 고환도 오백년이나 눈속에 응고되여서 그런지 옛날보다 더 왕성한것 같았다. 흥부는 자식이 서른명이나 되었지만 지금은 그 후손들이 어디서 어떻게 애비노릇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놀부는 원체 고약하여 하나님의 죄를 받아선지 자식이 잘 생기지 않았던것 같다.  

그들 형제도 여늬 남자들처럼 장가를 들었는데 자고로 땡감은 고와도 산에서 놀고 유자는 얽어도 한양골에서 논다더니 놀부는 새파란 처녀를 데려오고 흥부는 애가 둘이나 달린 과부를 맞아들였다. 여기서 잠시 놀부처의 미모를 말할것 같으면, 조롱박만한 골통에 땋아 두른 가체(옛날 여성들의 머리모형)에는 장신구가 오색이 영롱하여 마치 교미하는 구렁이를 그대로 틀어놓은것 같고 이마는 기생년 놋요강같이 훤하게 번들거리고 눈섭은 두마리 송사리가 키스를 하고 금방 떨어진듯 가늘게 휘여져 있었고 그 밑으로 깜빡거리는 눈은 세상의 재물을 다 집어 넣을듯이 사뭇 심연해 보였으며 오똑한 콧망울은 말 그대로 야생화 속의 개불알꽃이요, 입술은 빨갛게 이슬먹은 앵두라, 턱은 까놓은 잣씨요, 목은 곧게 솟은 옥기둥이라, 앞가슴은 엎어놓은 꿀종지이요, 엉덩이는 탱탱한 배구공이라 그야말로 한마디로 쭉쭉빵빵 S라인이라 하겠다. 


그와는 정반대로 흥부 처는 보기 드문 박색이였는데 그 모양새를 이를라치면,  

떡호박만한 머리통엔 구정물 드럼통을 닦고난 수세미를 마구 붙여놓은것 같았고, 이마는 강원도 늦감자같았고, 눈섭은 콩파종기가 지나간것 같이 널개눈섭이었고, 그 밑에 눈은 골아빠진 메추리알같았으며, 콧망울은 영락없는 남해의 개불이요, 입술은 병들어 쩍 벌어진 전복이라... 턱은 주걱턱이요, 목은 제주도 돌하르방목이요, 앞가슴은 김 빠진 핸드볼이요, 엉덩이는 콩물 빠진 콩비지 자루라 그야말로 절구통에 치마를 두른 D라인이였다. 

놀부 또한 옛날에는 감투를 벗은 모습을 보지 못해 누구도 몰랐지만 감투를 벗으면 심한 대머리라는것을 그들 부부간의 대화에서도 충분히 알아 볼수 있을터이니 여기서 짚고 넘어간다. 

“그런데 영감 머리는 왜 그렇게 벗겨졌수?” 

“알뜰한 세상에 공것을 너무 만히 먹어 그렇단다. 왜그랴?” 

“그런데 사람들이 영감더러 별이별 말이 다 있더라구요.” 

“별이별 말이라니? 그것이 웬 말이더냐?” 

“뭐 영감님더러 무르팍 대가리. 사발 대가리. 댄박 대가리. 호박 대가리. 엉덩짝 대가리. 요강 대가리라고 그러던데요.” 

“그건 다 요새 사람들이 만든 말이다. 원래 영어로는 데아드라. 그리고 중국말로는 푸소우라. 일본말로는 하에야다마. 조선말로는 공산명월이란다.” 

“뭐? 공산명월요? 그럼 화투판에 가면 돈은 잘 따시겠구려? 호호호호…”    

지남철은 클수록 많은 쇠가루가 달라붙듯 놀부네는 생활이 점점 번창하여 갔지만 흥부네는 날로 찌들어갔다. 흥부네 집안 형편이 이토록 어려웠지만 흥부는 마음이 한량없이 너그러워 아직은 오염 되지 않은 맑은 계곡물 같았다. 그렇게도 없는 살림에도 훌륭한 사람을 본받고 나쁜 사람들을 멀리하며 재물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술 마시기나 노름이나 계집질엔 아예 담을 쌓고 살았다. 마음이 하도 눈처럼 깨끗하니 친구는 물론 옆에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그러니 한마디로 부자가 되기는 아흔 아홉번도 틀려먹었다 하겠다. 

아무리 돌부처같은 사람이라도 참는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하루는 흥부 아내가 참다 참다 흥부에게 바가지를 긁었다.  

“ 여보시오! 남푠님, 부질없이 혼자 깨끗하면 뭘합니까? 공자님 제자였던 ‘안자’라는 사람은 가난하게 살다 서른 살을 넘기지도 못하고 죽었고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만 먹었다는 백이와 숙제도 굶주리다 기생집 소년에게 비웃음을 샀다하디다. 지금 세상엔 제노릇을 못하는건 머저리 취급만 받습니다. 그렇게 깨끗하게만 살다간 아내구 애들이구 다 굶겨 죽이게 생겼으니 아주버님 댁에 가서 돈이라도 꿔주지 않으면 미국이라도 보내달라 해보시오.거기가면 공짜로 쟤워주고 공짜 밥도 주고 공짜로 차도 태워주고 공짜로 난방도 해 준다오.거기다가 뭐 열불나는 온갖 하소연도 다 들어 준다오” 

그러자 흥부는 죽으면 죽었지 형님 앞에 가서 

돈소리는 차마 못 꺼내겠다는 듯 쭈볏거리며 말했다. 

“색다른 음식이 생겨도 우리를 청하기는커녕 애꿎은 똥물만 우리집 쪽으로 흘려보내는데 무슨 쌍욕을 먹으라구 ?” 

“설마!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마저 깨겠습니까? 어쨌든 똥벼락을 맞으나 돈벼락을 맞으나 가서 말이나 좀 꺼내보시오.” 

흥부는 아내의 잔소리에 못이겨 나븐들정육점에 가는 양처럼 헌 망건에 허연 고의(남자들의 여름 홑바지)를 입은채  놀부 집으로 갔다. 마침 놀부는 집에서 가부좌를 틀고 핸드폰을 잡고 노는 중이였다. 

“오. 이여사요? 이거 목소리 들으니깐 참 반갑구먼. 미국 갔다 언제 왔소? 지금 막 오는길이라구? 그럼 저녁에 만나야지. 이여사 하고 재미를 본지도 꽤 오래 되었는데.  저녁에 한번 만나유.” ......

흥부가 방으로 채 들어가지도 못하고 놀부의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주춤거리며 인사하자 놀부는 되려 낯선 사람을 대하듯이 흥부에게 묻는다. 

“네가 누구시더라?” 

“형님, 제가 흥부요.” 

“흥부가 뉘집 개 이름인가?” 

그말에 흥부는 금세 하늘이 노랗게 무너져 내리고가슴이 미어져 내리는것을 애써 참으며 놀부에게 간절히 조아리며 사정하고 또 사정을 했다. 

“존경하옵는! 형님, 어쩌면 이 동생도 못 알아보오? 제발 형님께 간청하오니 돈 빌려주는 일 딱 한번만 해주오. 그러면 내가 미국 라스베가수 가서 

열심히 일해 빌린 돈 열배로 꼭 갚겠소. 

그러니 부디 형제의 정을 생각해서라도 

사람 좀 살려주오.” 

그러나 놀부는 대뜸 얼굴이 늦가을 배추밭처럼 

되어발딱 일어나더니 흥부의 궁둥이를 탕! 겉어차며 소리를 꽥-지른다. 

“이 싸가지없는 새끼야! 너도 참 구제불능이구나. 

이놈아, 내 말 좀 들어보아라. 하늘은 먹을것이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너도 네 복대로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될거 아니냐? 운이 없으면 복이라도 있어야지. 너는 네 복을 누구한테 주고는 나를 찾아와 이리 성가시게 구느냐? 엉? 

그래 쌀이 많다고 한들 너주자고 창고를 헐며 돈이 있다한들  너 주자고 카드를 긁겠느냐?  

어디 그뿐이냐? 냉장고에 가득한 생선이나 주려고 한들  새끼 낳은 검둥 암캐가 마당에 누워는데 너 주자고 개를 굶기며, 술 찌개미나 주려고 한들 우리 안새끼 낳은 돼지가 누워 있는데 너 주자고 돼지를 굶기며 쌀겨나 한가마니 주려고 한들 황소가 수십마리 되니 너 주자고 소를 굶기겠느냐?  이놈아! 얼굴에 철판 깔아도 선박밑바닥처럼 두껍게 깔았구나! 어서 썩 물러가거라! 어서!” 

놀부는 장대걸레를 덥썩 쥐고 동네집 개를 쫓듯 흥부의 코앞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레를 들이대며 마구 쫓는다. 흥부는 너무도 기가 막혀 눈물을 좔좔 쏟으며 넉두리를 한다. 

“아이고, 형님! 어찌 이럴수가 있소? 말 못하는 짐승도 이보다는 나을께오. 도리를 모르는 돌사람도 이보다는 유정할께오. 우리 형님이 어찌 이다지도 무정하고 인정 없소?” 

“그래 옳다. 이놈아! 나는 인정 사정 동정 서정 남정 북정도 모르니 그깟 개도 먹지 않는 정이나 한자루 들고 기다리는 석공이나 찾아 가거라!” 

흥부는 그러는 놀부 앞에서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며 집으로 돌아오고있었다. 

그때 흥부 아내는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다못해할수 없이 밖으로 나가 흥부가 오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데  흥부 아내의 그 차림새를 볼것 같으면,  

깃만 남은 저고리에 다 떨어진 누비바지와 몽당치마를 떨쳐입고 발가락이 삐죽삐죽 나온 헌버선에 남성용샌들을 신고있었다. 이제나 저제나 남편을 기다리는 그 초조함을 읽을라 치면, 

갑진년의 기나긴 가믐에 급시우를 기다리듯, 석삼년의 된장마에 햇빛을 기다리듯, 오유월 삼복철에 어린 아이가 장보러간 엄마를 기다리듯, 죽게 된 춘향이가 이도령 기다리듯, 과년한 노처녀가 시집 가기를 기다리듯이 남편이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우리 영감 어이 하야 오지 않나? 채석강 명월밤에 이적선 따라갔나. 적벽강 추야월에 소동파 따라갔나? 그도 아니면 동지달 긴긴밤 못이겨 황진이 따라갔나? 저도 아니면 춘래개화에 양귀비 따라갔나? 그도 저도 아니면 한류스타 이영애 따라갔나?) 

그런데 이윽고 나타난 흥부는 꺼이꺼이 울고있었다흥부 아내는 이내 달려가서 남편의 손을 답싹 잡고 물었다. 

“아니! 돈 빌려 갔던 사람이 돈은 어찌하고 꺼이꺼이 울고 이러십니까? 문전박대를 당했씁니까? 아니면 거지취급을 받았씁니까?” 

그래도 흥부는 워낙에 어질고 착한 사람인지라 형에 대해 좋지 않는 말을 하지 않고 되려 생뚱같은 대답을 한다. 

“그도 저도 아니고 형님께서 이번 국회의원에 출마한다고 선거운동에 바빠서 못만나고 그냥 왔소.” 

“그런데 울긴 왜 울었씁니까?” 

“그건 오다가 눈에 하루살이가 들어가는 바람에 

눈물이 나서 그런거요.”    

세월은 고장도 없이 누가 잘살고 못사는건 거들떠 보지도 않고 제멋대로 흘러갔다. 

그러던중 어느 하루 흥부 처가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아인슈타인이 나타나 요술방망이를 주면서 말을 하더라는것이였다. 그 말인즉, 

“나는 발명대왕 아인슈타인인데 그대들의 착한 마음씨에 깊히 감동을 받은 나머지 내 오늘 

그대들에게 특별히 선물을 보내노라. 이 선물은 워낙 내가 생전에 발명하자던 연구분야였는데 내가 그만 죽는 바람에 다 하지 못하다가 나의 후배들이 만들어낸것인즉, 이름 하여 ‘요술방망이(AI)’라고 하니라. 이 요술방망이를 그대들에게 줄터이니 그대들은 이 방망이로 이제 배속의 아이들의 재롱을 보게 될것이며 그 자식들로 인해 크게 번창 할지어다.” 

그 말을 들은 흥부는 그만 제다리를 친다는것이 녀편네 넙적다리를 딱! 치는 바람에 흥부 처는 너무도 놀라서 메추리알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얼씨구! 그럼 그렇겠지. 하늘이 우리를 도와 주는구나!” 

흥부는 너무도 좋아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춘다. 그 춤의 율동을 볼라치면, 

한맺힌 살풀이춤도 아니오. 팔끝에서 기다랗게 펄럭이는 장삼춤도 아니오. 익살궂은 탈춤도 아니오. 그렇다고 잘린 쪽박으로 불통 꼭 싼것같은 서양발레는 더더구나 아닌지라. 앞에서 보면 겨드랑이에 벼룩이 들어가서 긁어대는것 같고 뒤에서 보면 지나가는 수캐가 오줌을 싸는것 같아 흥부 처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있다가 겨우 한마디 던진다.   

“이보시오. 한낮 꿈 얘기를 했는데 뭐가 좋아서 그렇게 춤을 추며 이럼까?” 

“아따! 이 답답한 부인네야, 그게 바로 태몽이요. 태몽!” 

“태몽?” 

“그래. 태몽이지.” 

흥부 처는 그말에 손가락을 꼬부렸다 폈다 하면서 장님이 장날을 셈하듯 하더니 대뜸 얼굴을 딸기빛으로 물들인다. 

“그래. 그 요술방망이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건 이제 우리 집으로 갔다 주는 사람이 따로 있다 하던데…” 

“고것이 좀 궁금하다. 좌우간 당신이 임신이 옳은가 아닌가를 병원 가서 잘 확인해보오.” 

“알았씁니다.그란디 요즘 의사들 파업한다는디 우짜요?” 그건 간호사 슨상님들도 해줄수 있는거여

 그날로 흥부 처는 병원 가서 검사 해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임신이 틀림 없었다.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덜커덩 쌍둥이를 가졌단다. 흥부는 세상에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나싶어 입이 귀에  걸렸다지만 흥부 처는 되려 한숨만 풀풀 쉬였다. 궁색한 살림에 아이 하나도 키우기가 버거운판인데 한꺼번에 둘이나 생겼으니 퍽이나 ......^  

“부인, 너무 상심 하지 마오. 그렇다고 산사람 입에 거미줄이 치겠소? 애들이 태여나면 우리 형님 마음이 달라질지도 모르지 않소? 하다 못해 먹을 쌀이라도 좀 주겠지.”  

꿈이면 듣기나 좋겠지만 흥부 처가 임신 했다는 소리를 듣고 놀부는 보태주기는커녕 되려 맞은편

산 보며 빈정대기만 하였다. 

“아니! 누울자리를 보고 다리를 펴랬다고 개뿔이 아니라 쥐뿔도 없는 주제에 아이를 베? 저러니  죽물신세를 못면하지 . 그리구 뭐 토끼 새끼들두 아니구 밤만 세고 나면 아가 생기는가…참 나원 기가 막히구 코가 막혀서. 그렇지 않아두 고생문이 남대문만한데 어디 거지학교나 꾸려보지.” 

흥부네는 그래도 새생명이 태어난것을 축복으로 받아들이고 아무리 어렵고 가난할지라도 부부간의 정을 더 두텁게 하여 태교에도 신경을 썼다. 그들은 우선 태아들에게 아름다운 말을 골라 해주고 아름다운 노래와 음악들을 들려주었다.  

그러던 어느 하루 흥부는 하루 빨리 아이들을 보고픈 심정으로 요술방망이를 아내의 배에 대었더니 형광막으로 아이들이 나타나는것이였다. 애들은 

딸쌍둥이였다. 흥부는 너무도 귀여워 애들하고 말을 하였다. 

“아유! 요 귀여운 딸들아, 내가 너희들 애비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이람? 흥부의 말에 아이들이 똑바로 서서 인사하는것이였다. 

“아버님, 안녕하세요? 우리를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이거야 말로 진짜 ‘세상에 이런 일이…’라 하지 않을수 없을 정도로 흥부는 깜짝 놀라면서 참아 믿어지지 않아 심봉사 심청이를 만나듯 애매한 눈만 자꾸 비비고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정색을 하며 말을 하였다. 

“얘들아, 방금 너희들이 뭐라고 했느냐?” 

“‘우리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여보, 얘들이 지금 말을 하오! 말을…” 

놀부 처도 믿기지 않았는지 불룩한 배를 약간 기우뚱하며 형광박을 바라보더니 또 다시 입을 딱 벌이였다. 

“여보, 당신도 애들하고 한마디 하오.” 

놀부 처는 너무도 감격하여 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울먹이는 소리를 내뱉는다. 

“얘들아, 애미다. 너희들 애미야.” 

쌍둥이들은 엄마를 향해 또 다시 공손히 인사한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우리를 품어줘서 감사해요.” 

“어이구! 귀여운 내새끼들!” 

흥부 처는 마치 형광막에 나오는 아이들을 끌어안으려는듯 벌떡 일어나 달려갔다. 그 바람에 흥부의 손에 쥐여진 요술방망이가 떨어지면서 형광막에서 아이들이 사라졌다. 

“부인, 너무 흥분하지 마오. 애들은 지금 당신 배속에 있지 저기 있는게 아니오.” 

“그렇군요. 난 내새끼들을 껴안으려는 충동에 그만…” 

“부인은 이제 너무 무리하면 안되오. 집안일이구 바깥일이구 다 내가 하겠으니 부인은 그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말구 애들의 보양만 잘하오. 알겠소?” 

그말에 너무 고마운 흥부 처는 남편의 손을 쥐고 또 다시 울먹인다. 

“이보시오. 당신은 정말 마음이 비단같씁니다.” 

“가진거라곤 아무것도 없는게 마음 한가지야 올바로 먹어야지.” 

“당신은 천사이구려.” 

“허허 살다가 부인께 그런 소리를 다 듣는구만. 그럼 당신은 천사의 부인이구 이 배속의 아이들은 천사의 자식이라는 말인가?” 

“그럼요. 호호호.” 

“말이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네 그려.” 

그들은 마치 세상을 다 가진것 같이 다정하게 웃었다. 언제 왔는지 강남 갔던 제비들도 그들의 머리우를 빙빙 돌며 지지배배하고 새생명의 탄생을 축복해주는듯 했다. 

“가만, 이러고 있을께 아니다. 부인, 우리 애들의 이름을 지어줘야 히지 않겠소?” 

“아니! 아직 태여나지도 않은 애들을 가지구 이름이라니요?” 

“요새는 태명을 지어주는것도 유행이라더구만.” 

“오우야!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태명을 지어줘야지.” 

“뭐라구 지을까?” 

“당신이 알아서 지어보시라유.” 

“여자애들이니깐 깜순이와 깜선이 어떻소?” 

“우리 애들이 무슨 깜북(보리 깜북)이라구 그렇게 까맣게 짓겠습니까? 좀 밝고 명랑하게 지어야지.” 

“들어보니. 그렇다. 나는 가방끈이 짧아서 못 짓겠으니 부인께서 어디 한번 지어보오.” 

“어이구! 나두 가방끈은 돼지막창이라 잘 모르겠는데유.” 

“아따, 그러지 말구 어디 머리를 써보오” 

흥부 처는 남편의 말에 쑤세미머리를 갸웃둥 하더니 “이렇게 지으면 어떻습니까?”하며 흥부를 빤히 올려다본다. 

“어떻게?” 

“아롱이와 다롱이.” 

“아롱이와 다롱이라… 좋다!” 

흥부는 무릎을 탁 치고 어부가 진주를 찾아내듯 탄성을 올렸다.  

“이거야말로 우리 애들의 이미지에 딱 맞는 이름이요.” 

부모들의 정담을 조용히 듣던 아롱이와 다롱이도 저들끼리 배속에서 대화를 나누고있었다. 먼저 아롱이가 입을 여는것이였다. 

“다롱아,” 

아롱이는 다롱이를 빤히 쳐다보며 잠깐 망설이고있었다. 그러는 아롱이를 보고 다롱이가 급히 되묻는다. 

“왜 그러니? 다롱아,” 

“실은 말이야. 우리가 여기서라도 아버지 어머니를 도울수 없을까?” 

그러자 다롱이는 놀라는 기색으로 눈을 될수록 크게 뜨려고 애쓴다. 

“우리 여기서 할 일이 무슨 일이 있겠니? 기껏 해야 엄마 영양분을 흡수하고 자고 노는 일밖에 더 있겠니?” 

“그러니깐 우리도 그저 그렇게 보내지 말고 엄마 아빠에게 뭐라도 보탬이 되자는것이다.” 

“글쎄. 나도 그했으면 좋겠는데 뭐 어떻게 보탬이 될까?” 

“이러면 어떨까?” 

“어떻게 말인데?” 

“요지음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있잖니?” 

“그래서?” 

“그래서 말인데. 우리도 우리의 소질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자는게다.” 

“우리도 연예인 한단 말이야?” 

“그럼, 우리도 퍼포먼스를 해보자구나.” 

“그거 좋은 생각이다. 우리 노래 춤은 자신이 있지. 연습을 잘해서 해보지 뭐.” 

“그래. 해보는거야.”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흥부네 아이들이 엄마 배속에서 말도 하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춘다는 소문이 동네방네 방방곡곡 시군읍면촌촌에 쫘-악 퍼지며 전대미문의 큰 이슈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 희귀한 ‘쇼’를 보겠다고 돈 있는 사람은 돈을 가져오고 쌀 있는 사람은 쌀을 가져오고 소를 치는 사람은 소를 가져오고 돼지를 치는 사람은 돼지를 가져오고 닭 치는 사람은 닭을 가져오고 고기를 기르는 사람은 고기를 가지고 밀려드는판인데 그 정경을 말할라치면, 

강풍에 구름이 모이듯, 태풍에 파도가 밀리듯, 늦가을에 제비가 모이듯, 신불출의 입담에 관객이 모이듯, 나훈아의 콘서트에 아줌마들 모이듯, 스페인 투우장에 구경꾼들 모이듯, 잉글랜드  K리그에 축구광들 모이듯, 소녀시대 걸그릅에 왕팬들이 모이듯 하더니 흥부네는 단번에 일약 부자로 되었다.  

사촌이 기와집을 지어도 배가 아프다고 욕심이 하늘까지 치솟은 놀부는 흥부네가 그렇게 일대 부자로 되어가는것이 참으로 믿기지가 않았다. 하지만 제눈으로 확인한후엔 그만 눈알이 뒤집혀지는듯 하였다. 놀부는 생각하면 할수록 흥부네가 재산이 가을낟가리처럼 우쭐우쭐 올라가는것이 탐이 나서 밥맛도 다 잃어져갔다. 그는 자나 깨나 자기도 흥부네처럼 크게 부자가 되는 꿈만 꾸고있었다. 그런데 놀부 처는 어애의 자궁을 가졌는지 좀처럼 임신이 되지 않았다. 

한편 흥부네는 밀물처럼 밀려드는 재산을 미처 처리하지 못하고 들어오는 재산들을 먹고 살만큼만 남기고는 모두 빈곤가정에 나누어주었다. 그러니 흥부의 마음씨는 더구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흥부네는 애들을 내세워 돈을 버는것 같아 더는 쇼를 하지 않기로 하자 놀부는 흥부를 보고 “저런 바보가 있나?”라고 빈정거렸다. 그러면서도 체면을 구겨싸고 흥부를 찾아갔다. 

“게 있느냐?” 

그래도 형이라고 건가래를 떼고 폼을 내며 흥부네 집 대문으로 들어가서 소리쳤다. 이어 바당문이 열리면서 흥부가 비단옷을 정히 차려입고 나오더니 형님을 반겨 맞는다. 

“아이구! 형님 오셨소?” 

“그래. 너 부자가 됐다하니 보러 왔다.” 

“어서 들어 가십시다요.” 

흥부는 놀부를 안내하여 집으로 들어가자 흥부 처가 앞산만한 배를 붖잡고 겨우 일어나려고 한다.  

“아주버님이 오셨어요?” 

“그래. 왔지. 제수씨가 임신을 했다는데 시형으로서 안 올수가 없지. 그래. 진통은 심하지 않소?” 

“아직은 괜찮습니다.” 

놀부는 제수의 배를 마치 자기 금단지인양 넋을 잃고 뚫어져라고 주시하고있었다. 흥부 처는 너무도 쑥스러워서 눈길을 그만 땅에 떨구며 자리를 피하려고 하였다. 

“잠깐!” 

놀부가 피하려는 제수를 불러 세운다. 

“그 배를 좀 만져봐도 될까?”  

“아이참! ….” 

그러자 흥부가 제꺽 말리고 나선다. 

“아니! 형님, 무슨 망발을 하시오? 제수씨 배를 어찌 만지겠다 하오?” 

“오. 그렇지. 그건 안되지. 하도 그속에 귀한녀석들이 있다 하길래…가만, 그럼 나에게 요술방망이로 보여줄수 있겠나?” 

“형님, 그것도 이젠 보여주지 않기로 했소.” 

“아니! 왜? 그게 얼마나 횡잰데?” 

“이젠 그런 횡재는 필요 없으니깐 애들이 빨리 세상에 나오기만 바랄뿐이오다.” 

그말에 놀부는 입을 쩝쩝 다시며 매우 서운하다는 눈치였다.  

“부인, 피곤하겠는데 안방에 들어가 쉬오.” 

흥부는 아내를 부추겨 일으켜주자 흥부 처는 몸을 기우뚱 거리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놀부는 더는 흥부 집에 있기가 멋적어서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날밤도 놀부는 목수가 톱줄 틈새에 쐐기를 박듯 여편네의 구멍에 거시기를 깊이 박아넣고 

기다려도 임신소식은 도통 갑산나그네였다. 

놀부는 고민 고민 또 고민끝에 다시 흥부를 찾아왔다. 그는 흥부에게 말도 안되는 거래를 제안하였다. 

“너 좀 내 아이를 만들어주면 안되겠냐?” 

아닌 밤중에 쭈꾸미 기절을 할 소리를 들은 흥부는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는듯 두 눈이 참치눈이 되어 망둥이 뛰듯 펄쩍 뛰였다. 

“아니! 그게 무슨 막말이시오?” 

“아니! 막말이라니? 이 녀석 그게 형님에게 할 소리냐? 좀 조용히 하고 내 말 들어보거라.” 

“무슨 말을 하실라우?” 

“니 형수를 임신 시켜 달란 말이다.” 

“이거 무슨 날벼락을 맞을 소리를 하오? 그런 말을 하겠으면 어서 돌아가오. 나는 안 들은걸로 하겠소.” 

“야, 이건 네가 알고 내가 알면 그만이 아니냐?” 

“어찌 사람으로서 그런 짓을 하라구 하는거요? 제발 더는 말을 하지 하시우.” 

“야, 이놈, 다 사람이 하는짓이다. 그까짓거 형님을 좀 도와 달라는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느냐?” 

“그런 일이라면 더는 말을 입밖에 내지도 마시오.” 

흥부는 몸을 부르르 떨며 자리를 화닥닥 일어나 집을 나갔다. 놀부는 성이 날대로 난 흥부의 등뒤를 바라보며 닭 쫓던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머리를 빽빽 돌리며 엉덩이를 무겁게 들고 일어났다.  

(자식! 그것도 일이라구 겨우 청 들었더니…) 

흥부와의 거래가 물거품이 되자 놀부는 흥부의 도움은 포기하고 자신의 노력으로 일을 성사해야 하겠다고 작심하였다. 그래서 찾아간곳이 점집이였다. 점쟁이는 나이 오십이 이슥한 남자였다. 인근에서는 꽤나 잘 맞춘다는 점쟁이였다.  

점쟁이는 놀부가 나타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심리를 쥐고 흔들었다. 살찐 고기를 놓칠수 없는 고양이처럼,  

욕심 많은 놀부가 점쟁이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을건 불 보듯 뻔할 일이겠지만 점쟁이와의 대화는 여기서 생략하고 그 말을 어떻게 따랐는가는 하는것은 아래의 놀부의 행동으로 보여준다.  

마을 뒤산에는 폐광된 금광이 있었다. 어느날 밤 자정께 놀부와 놀부 처는 금광입구에 들어섰다. 금광 안은 금세 도깨비가 나올것 같이 캄캄하고 침침하였다. 놀부는 손전지를 켜들고 여편네 손을 잡고 한발짝 한발짝 들어갔다. 사람의 인기척에 놀란 박쥐들이 푸드득 나는 소리에 놀부와 그의 처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래도 아이를 가지겠다는 욕심은 그들의 발길을 돌리지는 못했다. 그들은 점점 동굴을 깊히 들어갔다. 그들이 한 오십미터 지점에서 자리를 정하고 붉은 초에 불을 붙이고는 빨간천을 펴놓고 술잔에 술을 부어올렸다. 그다음 놀부는 옷을 벗기 시작하였다. 놀부 처도 잇따라 옷을 벗는것이였다. 때는 말복을 며칠 앞둔 계절이라지만 바깥과는 달리 굴안은 서늘하였다. 놀부와 그의 처는 실 한오리 걸치지 않은채 홀랑 벗고있었다. 둘은 그러면서도 한마디 말도 없다. 숨소리도 들을수 없을만큼 작았다. 놀부는 바위옆에 세워진 널판자에 발가벗은 여편네로 하여금 물구나무를 세웠다. 놀부 처는 이 괴상한 행동에 자기 자신도 어이가 없었던지 픽-하고 웃어버렸다. 놀부는 이내 여편네를 묵언으로 훈계하고 하늘을 향한 여편네 두다리를 쥐여 벌려놓는다. 놀부 처는 아직 젊어서 그런지 그 자세에서도 잘 버티내고있었다. 이윽고 놀부는 빨간종이에 정히 싼 돈을 헤쳐서 두손으로 허공에 뿌리여 여편네 다리사이에 우수수 떨어지게 하였다. 그렇게 준비해온 돈 삼만원을 몽땅 뿌렸다.  

일을 끝낸 그들은 급히 돌아서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급히 굴을 빠져나왔다. 그때 동굴안쪽 어두운 한 구석에서 누군가가 그들을 주시해보고있다는것도 모르고… 

그것은 모두 다 점쟁이의 자작극 시나리오였다. 돈의 기운이 놀부 처의 성기에 닿아야 임신이 되고 절대 손으로 쥐고 문대면 안되고 허공에 뿌려 자연스럽게 떨어지면서 여편네 성기에 닿아야 그 애들이 금덩이로 태여난다고 했던 말을 곧이곧대로 먹혀들었던것이다.  

점쟁이는 그렇게 날돈 삼만원을 물 빠진 저수지

바닥에서 마른고기를 줏듯이 덥썩덥썩 주어넣었다.  

그날 저녁 놀부네는 집에 오자 마자 점쟁이 말대로 애 만들기를 물개 헐레붙임 하듯 하였다.  

그후 얼마 안 있어 놀부는 꿈을 꾸게 되였다. 임신은 올케가 하고 입덧은 시누이 한다더니 놀부야 말로 그날 밤 꿈을 틀림없는 태몽이라고 바짝 떠들어댔다. 

그 꿈에 세상 제1의 악한으로 소문난 카인(성경에 나오는 인류 최초의 살인자)이 나타나서 놀부에게 뭐라고 말했는데 그 내용을 말할라치면, 

“놀부야, 듣거라! 나는 인류 최초의 살인자로서 오늘 너에게 횡재할 기회를 주노라. 사람은 본래부터 팔자라는것이 있다지만 나는 그런것을 믿지 않는다. 팔자는 피로서 바꾸어 오는것이다. 다시 말하면 남을 죽여서라도 내 팔자를 고치는것이란 말이다. 그러자면 악하고 무자비하고 이기적이어야 한다. 네가 그 방면에서는 나의 의지를 받들만 하니 오늘 너에게 요술방망이를 주노라. 이제 이 방망이는 너에게 엄청난 재부를 가져다 줄것이니 부디 영화를 누리거라. 세상은 바로 너같은 이기주의 자들을 향해 열려있노라! 그리고 욕심을 가지라! 탐욕을 위해선 그 어떤 인정도 보지 말고 오로지 끝없는 욕망을 향해 달리는데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주저하지 말어라! 진리는 언제나 이긴자에게 속할것이며 세상도 언제나 가진자들의 몫이니라!” 

놀부는 자신이 금관위에 서있는 기분으로 좋어서 어쩔줄을 몰랐다. 

일이 될라고 그런지 묘하게도 그후 정말 놀부 처는 임신이 되였다. 역시 쌍둥이였는데 남자애들이였다. 놀부는 자기 생각과 잘도 맞아 떨어지는것 같아 저도 몰래 덩실덩실 춤까지 나왔다. 그 거동을 볼라치면, 

도라지도 아니오. 양산도도 아니오. 굿거리도 아니오. 휘모리도 아니라. 그렇다고 개미가 등짝에 붙어 간지럼을 타는것 같은 압살라(캄보지아 전통춤)는 더구나 아닌지라. 내리다보면 암내 맡은 소대가리 하늘 향해 웃는 같고 올리다보면 삶은 돼지머리 

염불 외는 같고 밑에서 보면 마흔 먹은 망할 과부 뉘집 참외밭에서 오줌 싸고는 마구 털어대는것 같기도 하였다.  

과부가 애를 배든 처녀가 애를 낳든 놀부는 그깟 춤따위엔 남이야 웃든 말든 상관없이 자기 아이가 생겼다는 그 기쁨에 정신 없이 부랴부랴 면사무소에 찾아가 어른이고 어린이고 사람이라고 생긴 사람들 앞으로 빠짐없이 청첩장을 보냈다. 그리고 나서 며칠후 놀부는 이 경사스런 날에 술이 없이야 되겠냐면서 집사더러 술이 있는가 하고 물었다. 집사 또한 어뚱한 뚱딴지에 얻어 맞아 웃음뚜껑을 떼고 나왔는지 능청을 곧 잘 부리는 사람인지라 이때라고 왈 “네. 술도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관술도 있고. 잡술도 있고. 기술도 있고. 요술도 있고. 마술도 있고. 도술도 있고. 미술도 있고. 예술도 있고. 무술도 있고. 역술도 있고 개 ‘구’자가 아닌 구술도 있으니 무슨 술로 가져올까요?” 하니 놀부 왈 “이놈아, 양구녕에 똥구술이라더니 입구멍 구술 하나는 좋다마는 그깟 개떡같은 그런 술은 말구 먹는 술 말이다.” 

이튼날 놀부는 잔치를 벌였는데 그 차례상을 보고 말할라치면, 

목이 길다 황새병, 목이 짧다 자라병이며 모주. 탁주. 청주. 약주. 황주. 과주. 분주. 양주. 포도주. 홍삼주는 제가 다 털어먹고 그 병에다 똥빼주를 가득 넣어 일이삼배를 마신후에 안주를 내여놓는데 큰양푼에 갈비찜, 소양푼에 제육, 큰대접에 홍어찜, 소대접에 전복찜은 아까워서 저리 밀고 송이버섯, 능이버섯, 군대버섯, 노루궁둥이는 귀한거라 빛갈만 보이고는 쇠침같이 미끄러운 이깔버섯만 뚝배기 그득 넘쳐나고 찰떡, 쑥떡, 달떡, 개떡, 골무떡, 조개떡은 녀편네 하고 찰떡같이 마주붙어 쑥떡대더니 달떡 들고 개떡같이 골무떡 두께만이나 발라주고 조개떡은 쪼개주고 송편, 증편은 네편, 내편, 제편, 남편을 가르듯이 편을 갈라주고 먹었는둥 말았는둥 간에 기별도 안 가고 똥집에 문안도 안 간 절룩발이 최말뚝이란 놈 말뚝처럼 눌러박혀 뭘 좀 더 주겠지 하고 두리번 거리니 놀부는 “허! 이 허리 꺽어 절반인지 개다리소반인지 꾸레미전에 백반인지, 말뚝아 꼴뚝아, 오뉴월에 말뚝아, 잔대뚝에 메뚝아, 부러진 쩔뚝아, 호도엿장사 오는데 할애비 찾듯 왜 이리 찾느냐?” 하며 막무가내로 쫓아내기까지 하였다. 

애 낳기전에 포대기를 갖춘다고 놀부네는 아이의 태명을 언녕 지어놓고있었다. 놀부 처가 얼렁이와 덜렁이가 어떤가 하니 놀부는 현실감이 좀 떨어진다면서 금덩이와 은덩이라고 짓는데 합의를 보았던것이다.  

놀부는 금덩이와 은덩이의 재롱을 보고싶어 요술방망이를 아내의 배에 대였다. 형광막으로 쌍둥이 아이가 나오는것이였다.  

“금덩아, 은덩아, 잘 있었냐? 내가 너희들 아비네라.” 

놀부는 한쪽손을 허리춤을 짚고 한쪽손은 방망이를 움직이며 거드름을 피운다. 그러자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왜? 우리를 만들었습니까?” 

그러자 놀부는 깜짝 놀라며 눈을 딱 부릅 뜬다. 

“아니! 이 녀석들 그게 무슨 말이냐?” 

“왜? 우리하고 물어도 안 보고 마음대로 우리를 만드는가 말이구만.” 

“뭣이 어쩌구 어째? 야, 이놈들아, 부모 있구 자식 있는 법이지 세상에 어디 생기지도 않은 자식과 물어보구 만드는게 있다더냐?” 

“그래, 우리를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습니까?” ●

금덩이 말에 이번에는 은덩이도 한마디 더 보탠다. 

“그래, 우리를 잉태한 중요 둥기는 뭐입니까?” 

“임마, 아를 만드는데 무슨 놈의 동기구 목적이구 있냐?” 

“그럼 통치목적과 이념은 뭐입니까?” 

“생산의 기본임무는 뭐로 정했습니까?” 

갈수록 심산이라더니 놀부는 애들의 물음에 땀을 뻘뻘 흘리었다. 

“야! 이눔아들아, 그게 뭐 국회토론장인줄 아냐?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애를 낳기 마련이지. 그런걸 자꾸 꼬치꼬치 캐묻겠으면 다음 너희들두 너 자식놈들 한테 물어보아라. 그놈들 뭐라구 대답하는지?” 

그러자 태아들은 더구나 정색을 하며 대드는것이였다. 

“우리는 그 세상에 절대로 나갈 생각이 없구만!” 

“아니! 이런 놈들을 봤나? 야! 임마들아, 그게 너희들이 아이 나온다면 아이 나오는게야? 때가 되면 다 나오게 돼 있는게지.” 

“원래 사상이 불순하기를 말이 아니구만. 그만 말합소. 우리 피곤하요.” 

태아들은 눈을 감고 하품을 하며 자부럽다는듯 잠을 청할 잡도리다. 이런 땅이 장구를 치고 하늘이 육자베기를 부를 노릇이라고나 할까? 그러는 애들 앞에서 아무리 천하의 놀부라 해도 어쩔수 없었다. 놀부는 태아들이 괘심할 정도로 아니꼬왔지만 그렇다고 배속에 있는 애들에게 마구 행패를 부릴수도 없었다. 놀부는 보리먹은 소처럼 씩씩거리다가 요술방망이를 아내의 배에서 떼였다.  

놀부는 하루 속히 아이들이 재롱을 부리어 사람들에게서 많은 돈을 벌려는 궁리뿐 다른건 없었다. 그런데 녀석들이 누구를 닮았는지 통 심술로 껍질을 씌운듯 하여 마음이 초조하였다. 그래서 태아들에게 잘 타일러 자기의 뜻을 따르도록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놀부는 이른바 잘먹고 잘살자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자신의 인생철학을 태아들에게 전수하기 시작하였다. 

“얘들아, 지금부터 내 말을 가슴 깊이 듣거라.” 

그러자 금덩이가 이내 은덩이에게 시뿌둥하게 물어본다. 

“야, 우리에게 지금 가슴 깊이라는게 있나? 우리 가슴이 깊으면 얼마나 깊니? 기껏 해야 장기쪽을 세워놓은 높이밖에 안되겠는데.” 

“그러게 말이다. 우리 가슴이 뭐 동해바단가 ?” 

“이놈들, 어른이 말할 땐 입술에 잘 굽힌 전어가 지나가두 뻥긋하지 말아야 하는니라.” 

“전어라는게 뭐이야?” 

“내 알택이 조개택이야? 우린 아직 보지도 듣지도 못한게 알게 뭐야?” 

“이눔아들아, 너넨 몰라두 너 엄마는 많이 먹었다. 임마,” 

“그게 대체 무엇인데?” 

태아들은 약속이나 한것처럼 한결같이 소리친다. 

“그게 너 발바닥만한 물고긴데 그걸 굽는 냄새에 집 떠난 며느리두 다시 돌아 온다는 어종이다.” 

“우리는 아직 고기맛을 모르는데...!.” 

“하긴 그말이 맞겠다. 너희들 아직 먹는게 뭔지두 모르겠지. 이 세상에는 사람이 사는데 몇가지 부류가 있는지를  아느냐? 바로 두가지가 있느니라. 하나는 먹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하나는 살기 위해 먹는 사람들이 있느니라. 먹기 위해 사는 사람들은 있는 집안들이구 살기 위해 먹는 사람들은 없는 집안이니라. 다시 말하면 네 아비와 같은 우리 집은 먹기 위해 사는 집이구 저기 흥부네 같은 집은 살기 위해 사는 집이라 하겠다. 그만큼 먹기 위해 사는 집은 이것 저것 가려 먹는 즐거움에 살겠지만 살기 위해 먹는 집은 대충 차려지는대로 목숨이나 부지하려구 이것 저것 가릴것 없어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먹는 생계형이라 그말이니라. 피는 못속여두 복은 속인다구 복은 누가 주는게 아니라 내절루 끌어오구 당겨오구 뺏아오는것이니라. 해서 네 아비는 나의 복인들 남의 복인들 악착같이 빼앗아 내걸로 만드는데만 정신없이 몰두하구 탐구한 결과로 오늘날 이같은 부를 창조하였느니라. 그러니 너희들두 이 아비의 금전만능주의 정신을 과학적으로 계승, 발양, 발전시켜 나아가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아이 알겠습니다요.” 

“못 알겠습니다요.” 

대답은 동문서답을 대답한다.  

“뭐야?” 

놀부는 수레바퀴에 끼운 개구리눈을 하고 태아들에게 훈계하기 시작한다.  

“이눔들아, 세상이란게 그렇게 호락호락한줄 아느냐? 내가 잘 사는냐? 네가 잘 사느냐 하는 이것이 문제니라. 어떻게 말하면 이 세상이란 동물들의 세계하고 다를바가 없느니라. 먹이와 욕구를 위해선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것 처럼 말이다.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하면 네가 나를 죽이는 세상이여서 세상엔 오로지 강자들만의 남게 된다는걸 왜 모르느냐? 강자가 되려면 돈 이상 없느니다. 해서 너희들도 돈의 가치와 그 위력을 알라고 이렇게 태교를 시키는게다. 이제 알겠느냐?” 

“못 알겠습니다!” 

“아이 알겠습니다.” 

대답 역시 이구동성이 아니라 동성이구다. 

“아니! 이눔들, 아직두 정신을 못 차리는게야? 아무리 돈맛을 모르는 놈팽이들이래두 아비가 말하면 듣는 시늉이래두 내는게 도리가 아니더냐? 에익! 이 엉덩이 부스럼짝에두 못쓸 놈들이,” 

그말에 이번엔 은덩이가 먼저 발칵한다. 

“그래 우리들을 뉘 엉덩이 부스럼짝에 쓰자구 만들었쑤?” 

“우리가 무슨 부스럼 고약인가 ?” 

“그런건 아니다만 네놈들이 세상물정에 하도 눈을 못 뜨니 하는 말이다. 그나 저나 좀 물어나 보자. 너희들이 이 아비하구 극구 맞서는 무슨 이유라두 있겠지?

그래 그 이유가 뭔지 어디 들어나 보자.” 

“그래 딱 알고싶어?” 

이번에도 입을 여는건 은둥이 먼저다. 

“그래 알고싶다. 그 이유가 대체 뭐야?” 

은둥이는 잠시 망설이면서 금둥이의 눈치를 살핀다. 금둥이는 말을 꺼냈으면 하라는 듯이 핸드볼같은 머리통을 호날두가 날아오는 공을 헤딩하듯 내젖는다. 이어 은둥이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 

“우선 아버지는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도의 도리도 없어. 참 세상이라는게 

그런 세상이 아니구만. 

참세상은 같이 잘 사는 세상이구만. 남이야 죽든 말든 내 혼자 잘 살겠다구 남한테 해코지 하고 피해를 주면서 재산을 긁어 모으는건 인간의 부도덕한 행위이구만. 아버지야말로 가장 간악한 방법과 수단으로 재산을 끌어모은 장본인이 아닙니까?” 

그야말로 신경성고혈압이 터질 노릇이었다. 놀부는 정곡을 찔린 멧돼지마냥 몇숨 안되는 머리털을 꼿꼿히 세우고 목이 뻣뻣히 굳어가면서 피줄이 갯지렁이마냥 불끈 튀어올랐다. 그는 노발대발하며 길길이 띈다. 그 광경을 볼라치면, 

감투가 벗겨져나간 이마는 똥물 묻은 마판을 들쓴듯 퍼러딩딩 부어있고 눈섶은 설익은 물에 데쳐 뜯다 만 개볼기짝털 같았고 두눈은 망치에 얻어맞은 석공의 엄지발가락 같았고 코는 말입에 꼬리절반 물긴 언 당근 같았고 쩍 벌어진 입은 따개놓은 석류속 같았고 양어깨 밑에서 너불거리는 두팔은 낮날에 맞아 대가리 떨어진 거북의 목같았고 발을 탕탕 구르는 그 모양은 마치 방목장 가시철망에 불중태 걸린 둥글소 같았다.  

그후에도 놀부는 채찍과 당근이라는 두가지 방법을 다 써봤지만 녀석들의 골통은 금덩어린지 은덩어린지 아니면 돌덩어린지 흙덩어린지 도통 들어먹지를 않았다. 그렇게 날이 가고 달이 바뀌워도 녀석들의 태도는 초지일관 요지부동 고집불변이였다. 

놀부는 미상불 입안에 다 들어온 떡이 금세 빠져 나가는것 같이 속이 안쓰러워나서 안절부절 못하였다. 그래도 마음속엔 온통 돈욕심밖에 없는 놀부인지라 하루는 숫한 사람을 청하여 “쇼”를 하였다. 그런데 태아들은 이상하게도 말도 못하는건 물론 눈도 못 뜨고 춤 같은건 더구나 꾹 박아놓은 소말뚝같아 사람들의 비웃음만 자아내고 말았다. 열이 상투까지 치민 놀부는 끝내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것인즉 애들을 락태시키는것이였다. 하루 빨리 낙태를 시키고 그 자리에 다른 애들을 들여앉히고싶은 심정이였다. 그는 락태약을 가만히 녀편네 먹는 음식에 넣어서 먹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라는 딸은 오지 않고 오지 말라는 사위만 온다더니 죽으란 놈은 죽지 않고 괜히 임산부만 한절반 죽지 못해 살게 만들었다.  

뭐니 뭐니 해도 태아들은 점점 커가는데 나올생각을 하지 않으니 그게 큰 일이였다. 놀부는 ‘배속의 애들도 돈이라면 손을 내민다’는 격언을 철석같이 믿고 이번엔 돈으로 유혹해보려고 들었다. 그는 먼저 환화를 쳐들어 녀편네 사타구니에 대고 노래 하듯이 흥얼거린다. 

돈이다 돈이다. 이게 바로 너도 나도 가지지 못해 안달을 쓰는 돈돈돈 돈이라는게다.  

돈이다 돈이다. 이게 바로 바람 한점 맞지 않고 빨각 빨각 하는 돈돈돈 돈이라는게다. 

돈이다 돈이다. 이게 바로 귀신도 부린다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돈돈돈 돈이라는게다… 

놀부는 무당이 굿을 하듯 눈을 괴상하게 희번덕 거리면서 곡조를 하다가 멎고는 일부러 목에 힘을 주며 말한다. 

“애들아, 이게 한국돈이다. 어서 나오너라!” 

그런데 애들은 꺼들떠 보지도 않고있었다. 금덩이가 은덩이에게 또 말한다. 

“그까짓 한국돈이 무슨 값이 있다구?” 

“그러게 말이다. 우리 무슨 돈게걸인가 하재?” 

그러자 놀부는 이번엔 달라를 들고 소리 친다. 

“좋다! 그럼 달러다! 먼저 가지는게 임자다!” 

이번엔 은덩이가 먼저 입을 씰룩댄다. 

“달러 환률이 지금 어떻나?” 

“마, 1300원인지. 별루 높은 같지 않다.” 

놀부는 애들이 달러에도 유혹이 안되자 이번엔 유로화를 들고 소리 친다. 

“이눔들이, 그 안에서두 어느게 값이 높은걸 다 아는구나. 좋다! 그럼 딸라다! 전 지구상에서 딸라만이 가치 있는게 없다. 빨리 손을 내밀어라!” 

“웃기고 있재? 이 안엔 편의점도 없는데 우리 그 돈을 어디다 쓰겠니?” 

“정말이다. 요구르트 한통 보다도 못한걸 가지구…” 

“우리에게  금덩이를 줘보라지. 무슨 소용 있는가? 우리 뭐 이 안에서 목걸이를 걸고 있겠니?” 

“그 무거운걸 걸고 있을게면 차라리 태줄을 감고 있겠다. 아니야?” 

“그렇채쿠!” 

그 말에 놀부는 또 하늘이 낮다고 펄쩍 뛴다. 

“아니! 이것들이 전생에 나를 골려먹자구 생겼났나? 어디 네놈들이 이기는가 내가 이기는가 두고 보자. 흥!” 

놀부는 애들을 당장 류산 해버릴 태세로 창고에 들어가더니 야장집게를 들고 나오면서 “이눔들을 이 집게로 당장 집어뜯어 내야지.”하며 며편네 사타구니에 바로 집어넣는다. 놀부 처는 “나 죽는다!”고 집안이 떠나갈듯 고함을 지른다. 그러건 말건 밸이 목구멍까지 솟아오른 놀부는 집게를 마구 집어 뜯는다.  

한편 태아들은 불세로 시커먼 쇠대집게가 들이 닥치자 초풍에 놀란 나머지 요리 조리 피하면서 극력 집게를 물리 치려고 애를 바등 바등 쓴다. 그러나 애들의 여린 살은 쇠집게에 짚히여 살이 뚝뚝 떨어진다. 애들은 피하다못해 나중에는 본능적으로 집게를 잡아 당기기를 한다. 놀부도 집게를 놓치지 않겠다고 이를 박박 갈아댄다. 금덩이와 은덩이는 죽을 힘을 다 하여 하나, 둘, 셋을 부르며 집게를 잡아 당긴다. 이윽고 놀부의 손에서 집게가 빠져나가면서 집게는 여편네 배속으로 쑥 들어가 버린다. 금덩이는 그 저주로운 집게를 받쳐들고 환호 대신 눈물을 주르르 흘린다. 그리고 울음섞인 소리로 말한다. 

“이것이 우리와 같은 작은 생명을 가차없이 죽이는 무기란 말인가? 이놈아, 너는 왜 이렇게 간악한 무기로 태어났단 말이냐? 우리가 무슨 죄가 있기에 아무런 이유도 없이 네놈에게 이처럼 뜯기는 형벌을 받아야 하는거냐? 어디 입이 있으면 말해 보거라!” 

그 말에 은덩이가 실신한것 같은 금덩이를 보고 말한다. 

“가는 말을 못한다!” 

“오, 그런가?” 

“가는 그저 아무거나 짚고 물어 뜯는게 업이다.” 

“오, 그런가…임마, 그러면 네 입도 정의를 위하는데 쓰이면 안 좋냐?” 

태아들이 쇠집게를 들고 의논하는사이 놀부는 그 옛날 박을 타던 톱을 가지고 들어서며 “얘, 마당쇠야!”하고 호령하자 마당쇠가 앞뒤가 분간이 잘 안되는 주의를 입은채 다급히 달려오며 머리를 떨구고 주인의 분부를 기다린다. 

“이 톱으로 이 여편네의 배를 타거라!”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리에 마당쇠는 어안이 벙벙하여 주춤거리며 놀부에게 되묻는다. 

“저… 나으리, 이 톱으로 뭘 타라는겁니까요?” 

그러자 놀부는 다짜고짜 화부터 내면서 눈쌀을 찌푸린다. 

“아니! 이놈이 귓구멍은 뉘 과부년의 사타구니에 처박았나? 우리 며편네 배를 타라구 하지 않았나?” 

“마님의 배를요?” 

“그래, 제왕절개를 해야겠다.” 

놀부가 톱으로 여편네 배를 탄다는 소문이 어느 사이 인근에 다 퍼졌는지 그의 집에는 벌써 숱한 인파가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오래 살면 손주 늙어 죽는걸 본다더니 제왕절개를 톱으로 한다니 사람들은 그 희귀한 볼거리를 놓칠수 없었던 모양이다. 

놀부는 처를 마당 한가운데 눕혀놓고 마당쇠가 같이 실그렁 실그렁 배를 타기 시작하였다. 놀부의 곡조가 판소리라면 놀부 처의 고함은 추임새라고나 할까? 하여간 세상에 둘도 없는 볼거리로는 천하 일품이였다.  

쓰윽쓱

배가 둬뼘 벌어지자 금덩이가 먼저 솟아 나왔다. 잇따라 은덩이도 솟아 나왔다. 그런데 놀부는 물론 그광경을 지켜보던 구경꾼들 모두 심장이 빠져나와 볼링을 하는것 같이 놀란것은 그 다음 순간이었다. 

어찌된 판인지 금덩이의 한쪽 눈은 배꼽자리에 붙어있고 입은 숫구멍에 붙어 있었으며 생식기는 왼쪽 겨드랑이에 붙어 있는것이 어찌 보면 피카소의 그림 같았고 은덩이 역시 얼굴에 온통 입밖에 없는 뭉크의 ‘절규’ 같았다.  

놀부는 그 자리에 그만 기절.요절.참절.삼절 맞아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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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3-18 09:57:50
  • 수정 2024-03-19 13: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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