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용 기자
[한국 문예저널=박정용 기자]
연변박물관에서
-점토상 앞에서
배소윤
죽은 시간 위를 서 있는 조각상
필름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
시대 뛰어넘은 숨결은
죽어가는 시간 속에 핏빛으로 물든다
흙이 되어 버린 몸
억겁 세월을 넘나드는 혼의 날개는
어느쯤에서 부서져 먼지로 남아
또 한 번의 죽음을 살아가는 걸까
먼지 속을 걷는 사람들
늦가을 바람 속 뒹구는 낙엽처럼
카메라 속에 빠져든다
장인(匠人)의 거친 손끝에
치열하게 매달렸을 한 조각 분신
잃어버린 것들을 더듬고 서서
우리에게 오래된 미래를 질문한다
송이산을 오르며
배소윤
누군가 실컷 흘리고 간
땀의 느낌이 질펀히 흐르는 수풀 속을
헤집으며 산을 오른다
가지마다 맺힌 거친 숨소리
방울방울 내 안에서 환희로 메아리치고
퇴색해 가는 한 계절 사이로
정령이 일어나 뜨거운 가슴이다
가을을 몰고 오는 낙엽들의
누런 죽음 사이로
처녀의 젖가슴처럼 봉긋이 솟아올라
숨 막히는 절창의 부름
핏줄기 따라 오르내리는 영혼, 먼저 달려가
힘을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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