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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예저널=박정용 기자]

                                                                                                                    


연변박물관에서 

   -점토상 앞에서 


                          배소윤


죽은 시간 위를 서 있는 조각상 

필름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


시대 뛰어넘은 숨결은 

죽어가는 시간 속에 핏빛으로 물든다 


흙이 되어 버린 몸

억겁 세월을 넘나드는 혼의 날개는

어느쯤에서 부서져 먼지로 남아 

또 한 번의 죽음을 살아가는 걸까


먼지 속을 걷는 사람들 

늦가을 바람 속 뒹구는 낙엽처럼 

카메라 속에 빠져든다


장인(匠人)의 거친 손끝에

치열하게 매달렸을 한 조각 분신

잃어버린 것들을 더듬고 서서

우리에게 오래된 미래를 질문한다





송이산을 오르며


                              배소윤


누군가 실컷 흘리고 간 

땀의 느낌이 질펀히 흐르는 수풀 속을

헤집으며 산을 오른다 


가지마다 맺힌 거친 숨소리

방울방울 내 안에서 환희로 메아리치고

퇴색해 가는 한 계절 사이로 

정령이 일어나 뜨거운 가슴이다 


가을을 몰고 오는 낙엽들의

누런 죽음 사이로 

처녀의 젖가슴처럼 봉긋이 솟아올라 

숨 막히는 절창의 부름


핏줄기 따라 오르내리는 영혼, 먼저 달려가 

힘을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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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26 2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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