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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윤동주탄생 제 107주년 기념 공모전 수상작 발표(대상)
  • 기사등록 2024-06-21 08:38:46
  • 기사수정 2024-06-22 1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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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꽃무리-동주의 길


창너머 이팝꽃이 밤새 피었다 한다

아침이면 눈물로 지은 된 밥상을 받는다

사내는 심장을 내어 놓으라 하며

내 붉은 정맥을 건드리고

데리고 온 북간도 바람은

통점 깊숙이 햇볕 한 줄 심어 놓는다.


온기 없는 좁은 방 낡은 창문을 바람이 들면

부러진 햇살은 낮은 기지개를 켜고

칼끝의 고통을 뱉어내기 시작한다

어머니, 어머니라고

차마 입에 올리기도 부끄런 죄스런 마음에

오늘 아침 북간도의 달은

쇳소리 같은 울음을 유리창에서 운다


길은 여기에 와 이미 멈추어 버렸으며

내 의지로 굳은 철문을 열어본 적 없으니

투명한 소리를 내는 칼날에 나는

길 잃은 아이처럼 더 이상 울먹이지도 못하고

밤마다 꾸는 꿈, 열쇠가 없어도

가벼이 창을 넘어

흰꽃무리 한 사발 나는 어머니 만나고 온다





<대상 심사평>


이지윤의 "흰꽃무리 외 4편"을 읽고 윤동주의 공모전은 문학적 공감대가 남다르다.

시의 기준이 일반적 잣대가 아니다라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심자의 기준 역시 조금은 다르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것조차 다른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완벽한 질서로 이루어져 있다면, 미학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시의 태도는 긍정과 부정에 묶이지 않고 시인의 시각으로 세계를 재편해서, 새로운 세계를 찾고자 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시는 善美든 醜美든 궁극적으로는 美에 닿고자 하는 욕망있다. 詩라는 두레박은 언어외 밧줄을 활용해 숨겨진 청정수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려 독자에게 시원한 잔물을 만들어 건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시의 힘이 더 나온 세계로의 확장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시적 표현으로 우리가 감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들어내고, 또 속살을 보여줄 때 풍부한 인문의 즐거움을가질 수 있을 것이다라는 진실을 전달하는 방식은 각자가 다를 것이다. 다른삶에서 얻는 모순과 결핍과 부작위와 등과 관습과 관념 등을 활용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다. 이지윤의 "흰꽃무리"는 동주의 감성적 미학을 얘기하지 않았다. 매일밤 피어나는 감옥담벼락에서 스치라이트로 비치는 그 불빛을 흰꽃무리로 바꾸고 다시 그것을 어머니의 밥상으로 치환시켜 깊은 사고의 갈래 엿볼 수 있게 한 역작이었다. 매일 매일의 반복되는 일상에 동주는 무엇을 생각 했을까? 꿈을 꾸듯 파고드는 일상의 권태로움을 전복해서 얻은 언어의 견고한 자태와 새로운 경험이 선연하게 다가오도록 했다. 마치 현해탄을 건너올때 다짐한 결의가 담장속의 꿈이 되어버린 동주, 풍요속의 쓸쓸함 같은것. 그리고 심연에 담긴 깊은 언어의 맛이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

절제된 언어가 쓸데없는 감정을 억제하고, 표피적 감각으로 언술된 언어유희가 아닌 공간을 연출해 물아일체의 감회를느끼게 만든 작품이었다.

끝없이 물어가는 자신과의 대화속에 어느듯 작가 자신과 동주의 정신이 체화되어 그 얼이 녹아있는 작품이기에 대상으로 선했다. 뿐만아니라 작가의 나머지 작품 또한 시의 깊은 묘미가 골고루 잠겨있어 선정의 망설임이 없었다.


                                                                                    정성수

                                                                                    이병렬

                                                                                    김정권




<당선 소감문>


이팝꽃이 누리에 가득 피어난 4월에 뜻하지 않은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평소에 존경하고 흠모하던 윤동주 시인을 기리는 윤동주 문학상 공모에서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입니다. 들뜬 마음에 며칠 잠을 설칠 듯합니다.

제게 이런 큰 상을 안겨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주최하신 문학시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중에서 가슴 속에 가장 간절한 염원을 품고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다간 윤동주 시인을 생각합니다. 시인은 자기만의 각별한 방 하나를 가지고 그 안에 스스로 갇혀 버린 슬픈 존재인지 모릅니다. 그 안에서 침묵으로 사랑으로 세상을 노래하며,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은 길, 스스로의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갑니다.

나는 잘 살고 있는가? 이팝꽃이 환하게 핀 저녁 강둑을 걸으며 나의 길을 생각합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오늘 내게 주어진 이 무거운 짐을 늘 기억하며,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약력>

이지윤

* 경남 합천 출생

* 2004년 [문학세계] 등단

* [주변인과 시] [주변인과 문학] 편집위원 역임

* 부산시인협회, 부산작가회의 회원

* [목요시선] 동인

* 시집- 나는 기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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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06-22 1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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