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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기억

 

바닷가에서 옷고름을 추스르며 맞는

살바람의 비릿한 기억처럼

그날도 오늘처럼

세찬 바람이 매섭게 불었을까.

 

바람에 실려 온 보슬비는

어느새 무자비한 폭군으로 변해

순백의 처녀 가슴을 두들기다가

아우내장터의 뜨거운 열기를 훌치고 있다.

 

빛바랜 나뭇잎인 양 툭툭 떨어지고

붉은 선혈 쏟으며 목청 높여 부르짖던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오늘처럼 얻을 것 하나 없고

가질 것 하나 없는 살바람 부는 날

여울 따라오고 있는 봄꽃들처럼

그 소녀는 어디쯤에서 꽃을 피울까.

 

꽃향기 따라 찾아올 제비나비들의

영예로운 귀향의 그날을 기억하며

3월만 되면 외치고 또 외쳐보는

온데간데없는 그 간절한 결기(決起).

 





<당선 소감문>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24년 전 절필의 순간부터 지금까지는 오로지 집안의 평화와 행복이 우선이라는 절실함과 현실 안에 갇힌 갈증 사이에서 어찌할 수 없는 감정들이 우왕좌왕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무색무취의 외진 길을 걸으면서 가끔 모자이크 퍼즐 같은 언어들과 숨바꼭질하다가도 굳이 정답은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직장에서 정년을 보낸 후 잠적했다는 소문이 날 만큼 외딴 시골집을 오가며 살다 보니까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생경한 세상 너머를 알게 되었고 조금씩 관조하는 버릇도 생겼습니다.

 그런 연유 때문인지 그동안 묶여있던 실타래가 풀리며 감성의 언어들이 싹을 틔우기 시작하였고, 어둑한 터널 안에서도 싱싱한 먹거리가 자랄 수 있겠다는 믿음으로 생생한 시어(詩語)들이 풍성한 만찬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늦깎이 굼벵이임에도 불구하고 고치의 문을 열어주시고 날개를 달아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이제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하라는 채근의 토닥임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더 정진하겠습니다.

 아울러 지금까지 몰래 쓰던 연애편지의 실체를 은연중에 알았음에도 모르는 척 눈감아 준 아내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담아 "제107회 윤동주 탄생 기념 문학상" 수상의 영광을 돌려 드립니다. 

 그리고 오늘이 있기까지 윤동주 시인을 기리며 본 문학상 공모전을 주관하고 계시는 문학시선과 한국문예저널 관계자 여러분께도 존경과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앞으로 더 세상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조금 더 깊게 시를 이해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약력>


* 淸泉 구본국

* 1959년 청주 출생

* 1998년 공무원 문예작품 공모 입상

* 행우문학회 활동

* [시학과 시] 신인문학상 수상



<심사평>


문학적 소양과 표현 방법이 매우 세련되고 노련한 작품이다. 

어느것 하나 흠 잡을곳이 없는 시적 형상을 갖추었다.

만약 본 공모전 본래의 취지가 아니라면 최상위 반열에 올려도 손색없는 작품으로 이루어졌다. 축하를 드리며 다음 기회에 꼭 취지에 부합되는 글로써 재도전 해 보시길 당부드린다.


                                                                               김정권

                                                                               정성수

                                                                                    이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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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6-23 20: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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