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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윤동주 탄생 107주년 기념공모전 수상작(시, 수필 우수상)
  • 기사등록 2024-06-24 19:38:00
  • 기사수정 2024-06-25 23: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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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청춘 (윤동주를 기림)

                  

                                      선환기


죽음으로 지킬 조국이 없는 날

困窮(곤궁)한 어둠 속을 별똥별이 흐르고 

하늘과 땅 사이를 베어내듯 먼동이 튼다


슬픈 족속들의 彷徨(방황)이 끝나는 날까지

鹿眼(녹안) 구슬피 우는 아리랑 노래

가장 어두운 새벽이 끝나는 시간에도

깊은 暗黑이 몸살로 떨고 있구나


그 누가 불사른 쓸쓸한 靈魂(영혼)의 언저리

그을린 상처 보듬어 줄 아무것도 없이

찾지 못한 조국과 시대의 自我는 어디에


별 하나 별 둘 어머니 어머니 그리고 한국아

이슥토록 거룩한 血痕(혈흔)을 남기고

날개옷 차려입고 解放(해방)으로 가는 밤

차거운 들바람에 사위어가는 별빛이 아득하다


풀포기처럼 일어나는 頑固(완고)한 자아를 찾아

저 멀리 허공으로 날아가는 창밖의 소리

죽어서 뼈만 남을 승자의 소리가 드높다





自然人 유감 



                                   - 수필부문


                                        선환기


유선 TV에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10여년을 장수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산이나 강가에서 사람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이 나 홀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인데 깊은 산골에서 전기도 가스도 없이 나무에 불붙여 밥해 먹고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 자유를 만끽하며 살아가는 것을 보면 참으로 부럽기 그지없다. 나도 저런 곳에서 시끄러운 세상사 다 잊어버리고 자유롭게 한번 살아보고 싶은데 현실적으론 도저히 불가능하니 어쩌면 대리만족을 위해 그 프로를 자주 보는지도 모르겠다. 그 프로를 기획하고 만들어서 공급하는 회사는 초창기에는 전국 곳곳의 깊은 산골을 찾아다니느라 어지간히 고생하겠다 싶었는데 요즘은 드론을 띄워서 찾는다고 한다. 문제는 그 사람들을 부르는 이름에 과연 자연인 이라는 단어가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다. 법률적으로나 일반적으로 생물학적인 육체를 가진 사람을 자연인(natural person)이라 하는데 자연 속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인이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영어로는 Off-gridder지만 한국식으로는 solitary person 또는 live alone person 정도로 해야 할 듯하다. 그러나 한국어에는 알맞은 말이 딱히 없어 보여 굳이 이름을 붙여 본다면 “나 홀로 자연 속에 산다”가 어떨지 싶다. 그래도 이미 굳어진 이름이라 아무런 문제가 없기에 그냥 자연인으로 부르기로 하자. 그 사람들 대부분이 생산자라기보다는 약초 캐는 사람들로 보이기도 하고 사람들을 피하여 숨어 사는 사람들로 보이며 또 어찌 보면 세상의 패배자가 되어 현실 도피자들로 보이기도 하는데 홀로 수도승 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사람들이 오면 좋아하고 세상에 자기 모습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으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 주인공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을 등지고 사는 모습이지만 촬영팀이 오면 귀한 손님이 왔다고 있는 것 없는 것 다 꺼내서 자랑하고 맛있는 식사를 차려서 먹는 자랑 하는 걸 볼 때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사람은 홀로는 살 수 없는 존재이며 어떠한 연결이라도 사회망(social network)을 가지고 살아야 하기에 나약한 인간의 참모습을 보는 것이다. 프로의 중간에는 자연인이 홀로 살아가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꼭 있는데 들어보면 대게가 병을 고치려고 또는 세상 사람들에게 배반당해서 아니면 사업상의 실패로 인한 허탈감을 달래려고 등 인생사에 일어나는 괴로운 일들의 해결책으로 선택한 길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대부분 출연자가 현재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해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전 국민이 보는 TV 촬영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아마 내적으로는 많은 고민거리들이 있으리라 짐작해본다. 그래서 겉보기와 매우 다를 것으로 생각하여“나는 자연인이다” 프로의 몇 가지 실체적 모습을 집어본다. 첫째는 대화상대가 없다는 외로움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social animal)이기에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라 어떤 방식으로든지 소통을 해야한다. 사람은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전달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데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으면 외로움과 고독감으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갇혀 살던 사람들 상당수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둘째는 사람은 놀이하는 동물(homo ludens)이다. 무언가 즐거움을 찾기 위한 유희가 부족하다면 아무래도 삶의 즐거움이 없어진다는 거다. 산속 혼자 하는 놀이가 타인과의 교류 없이 자폐적이라면 놀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겠다. 폐쇄적인 생활과 공상에 빠져 혼자만을 위한 자폐적인 사람이 되어 혼자만의 놀이를 한다는 것은 경쟁의 재미가 하나도 없는 유아독존적 사고를 부르기 때문에 경계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셋째는 방송의 사실 왜곡이 심하다는 것이다. 현 상황과는 동떨어지든 말든 자기들의 시나리오에 맞게 편집하고 감동을 일으키도록 편집한다는 것이다. 즉 현실은 무척이나 힘들어도 자연에 잘 순응하여 사는 것처럼 꾸밈이 심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방송을 보면서 자연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자명하다. 가끔 도심으로 내려가 가족들과 지내다 별장처럼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번듯한 집을 지어놓고 전기며 냉장고, TV 같은 생활용품을 사용하면서도 일부러 가리고 치우고 해서 문명의 이기는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위장하는 예도 많다고 한다. TV 프로그램의 과장되고 포장된 내용에 속지 말아야 할 일이다. 넷째는 주인공들 대부분이 최소 3~4년 이상 몇십 년을 그 생활에 베여있어 현실에 적응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기본적 토대가 다 마련되어 있기에 우리 같은 사람은 적응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다. 또한 자연인이라고 무병장수한다는 통계수치도 없다고 한다. 병이 생겨도 병원에 잘 가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병을 키우는 일이라 자연인이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고 보장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마지막으로 자연인들 대부분이 타의든 자의든 자연훼손에 앞장서고 있는데 대부분의 주거지가 불법 무허가 건축물이라고 한다. 

산속의 약초며 나물들을 캐기 위해 희귀식물까지 다 채집하고 있는 것을 화면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물론 자막으로는“허락을 받고 채취합니다“라고 내보내고 있지만 견물생심이라고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 대다수가 너도나도 산에 가서 보물을 찾겠다고 한다면 몇십 년씩 걸려서 자란 귀한 식물들이 짧은 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보약의 수요는 갈수록 많아지고 자연훼손도 심화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나는 자연인이다“프로그램은 많은 사람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하며, 자연 속에서의 생활에 대한 꿈을 꾸게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생활을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어려움과 도전이 따르며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것과는 많은 거리가 있다고 보겠다. 하지만 요즘도 나는“나는 자연인이다” 프로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나도 몇만 평의 산을 소유하고 시끄러운 세상사 뒤로하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몸에 좋다는 약초는 다 캐어 먹고 아무 걱정 없이 유유자적 살아가 볼까 하는 꿈을 꾸고 있는것이다. 

사람은 꿈꾸다가 간다는 말이 있지만 자연인 유감을 외치면서도 나는 오늘도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자연인을 꿈꾸고 있는 훗날의 자연인이다.





<당선소감문>


어느새 년 중 잎새가 가장 튼튼한 5월의 문턱에 서 있군요. 

시간의 흐름과 함께 가름하지 못할 문학의 넓은 영역을 향해 내딛는 발길이 결코 가볍게 훌훌 떠나는 길이 아님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혹 이 길이 버겁고 무거운 등짐을 지고 있듯 걷는 길일까?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날 것인가 싶어 고민으로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문학의 수준이 개인차로 천차만별임을 잘 알기에 그렇겠지요.

시는 제게 표현의 자유와 예술적 표현의 폭을 넓혀주는 매개체입니다.

아울러 윤동주 문학상을 통해 윤동주 시인의 의지와 내면의 세계에서 암흑기에도 모국어를 지켜내고 조선인의 정체성을 지켜낸 절개는 오늘날에도 면면이 살아 숨쉬고 있으므로 이 땅의 위대한 천재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 당선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작가로서 나만의 작품을 위해 배가의 노력을 하겠습니다.

모든 수고를 마다치 않고 문학시선을 이끌어 주시는 박정용 회장님과 협조를 아끼지 않으시는 운영위원님들과 문학시선 회원님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리며 수상의 영예를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심사평>



작가는 참으로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지혜로운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 부문에서는 윤동주정신을 철저히 파헤친 노력이 돋보인다.

민족시인을 생각하면 누구나 격한 감정과 울분의 마음을 토로하는데 작가의 작품들이 그 속에 있었다는 것이다. 성큼성큼 다가가는 행보가 세상에 더 넓고 깊게 퍼질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원해 본다. 그리고 수필 '자연인 유감'은 글 속에서 재미보다 더 큰 이면의 세계를 파헤친 역작이다. 있는 그대로를 본것이 아니라 산문적 전개 속에 확고한 자아의식을 강하게 독자들에게 주지시켰다.

재미! 그 계단을 뛰어 넘어 간과하고 지나갈 수 있는 부분을 들추어 내어 작가정신이 돋보인 문화평론가 같은 작품이다.

일석이조의 윤동주탄생 제 107주년의 우수상에 선정됨을 축하드린다.



                          


                                                              김 정권

                                                              정 성수

                                                              이 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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